[독자편지]김상수/「전선일보」편지지 저속용어 가득 한심

  • 입력 1997년 12월 4일 07시 44분


지난 주말 필기구를 사려고 읍내 문방구에 들렀다. 이것저것 둘러보다가 갑자기 시선이 집중된 곳은 「전선일보」라는 제목의 신문 형식으로 구성된 편지지였다. 그 편지지에는 저질의 만화와 함께 「짬밥」 「군바리」 운운하는 저속한 용어들이 인쇄돼 있었다. 「똥방위병」 등 군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사라진 낱말이라든지 「군대에 가면 지나가는 암캉아지만 봐도 여자로 보인다」는 둥 차마 입에 담기에도 민망한 문구가 가득했다.

어떡하다가 군대가 이처럼 비하되기에 이르렀는가. 「설마 이게 편지지랴」 하는 의문에 상점주인에게 물어보았더니 『틀림없는 편지지』라며 자조섞인 웃음을 지어 보였다. 사기와 명예를 생명처럼 여기는 장교들이나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장병들을 생각해 보라.

군사우편까지도 장삿속에 악용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 군에 용기를 주는 것은 뜻모를 비속어보다 따뜻한 격려의 위문편지다.

김상수(육군을지부대 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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