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36〉
내가 나무꾼이 된 지도 어언 일 년이 흐른 어느 날 일이었습니다. 그날도 나는 산에 올라가 나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온 산을 헤매며 나무를 하고 있던 중 나의 발길은 어느덧 숲이 우거진 낯선 구릉지대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동료 나무꾼들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나 동료들은 한 사람도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깊은 곳까지 혼자 들어온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내가 우연히 발을 들여놓게 된 그 숲에는 땔나무들이 대단히 많았습니다. 그걸 보자 나는 그냥 돌아설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를 골라 밑동의 흙을 파내고 도끼로 찍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한참 도끼질을 해대고 있을 때였습니다. 어느 순간, 쨍그랑 하고 도끼 끝에 부딪히는 쇳소리가 나는 게 아니겠습니까? 깜짝 놀란 나는 도끼질을 멈추고 흙을 파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글쎄, 구리로 된 굵은 문고리 하나가 나타나는 게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그 문고리는 두꺼운 송판으로 만든 덮개에 달려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뭔가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에 나는 그 덮개를 들어올렸습니다. 그랬더니 뜻밖에도 그 밑에는 구불구불한 지하 계단이 하나 나타났습니다.
그 어두컴컴한 지하를 한참 동안 굽어보고 있던 나는 이윽고 계단을 타고 내려갔습니다. 지하에는 또 문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그 문을 열어보니까 안에는 뜻밖에도 튼튼하고 깨끗하게 꾸민 넓은 홀이 펼쳐졌습니다. 게다가 그 홀에는 갓 피어난 장미꽃 같은 아름다운 처녀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런 지하에 그토록 아름다운 처녀가 혼자 살고 있다니, 나는 내가 혹시 헛것을 보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정말이지 그녀는 더 없이 아름답고 청순한 여자였습니다. 날씬한 몸매에 유방은 크고 탄력있어보였으며, 허리는 잘록하고, 두 다리는 날씬하고 매끈하였습니다. 얼굴은 아침 이슬에 젖은 꽃봉오리 같고, 피부는 더없이 깨끗하고 매끈했습니다. 영롱한 눈동자는 물에 젖은 진주 같고, 빨면 달콤한 물이 쏟아질 것만 같은 두 입술 사이로 드러나 보이는 눈부시게 흰 치아는 귀엽고 사랑스러움을 더해주고 있었습니다. 그 귀엽고 아름다운 여자를 보면 어떤 깊은 절망에 빠진 영혼도 위로를 받을 것이요, 아무리 정신이 굳은 성인군자도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을 것입니다. 나 또한 그녀를 보자 모든 슬픔과 근심걱정이 일시에 사라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 너무나도 고귀하고 아름다운 처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깊은 한숨을 내쉬며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오! 신은 위대하여라! 저렇게 청순하고 귀엽고 아름다운 처녀를 창조하시다니!』
바로 그때였습니다. 처녀도 나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며 말했습니다.
『어머! 당신은 인간인가요, 아니면 신인가요?』
나를 보고 깜짝 놀라는 그녀의 모습 또한 귀엽고 사랑스럽기가 흡사 숲 속에서 만난 사슴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얼마나 맑고 아름다웠던지 숲 속을 흘러내리는 맑은 시냇물 소리 같았습니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