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명성황후」에 미친 사람들,28일 예술의전당

  • 입력 1997년 11월 18일 08시 00분


「명성황후」에 미친 사람들. 연출자 윤호진을 「교주」로 모시는 「유니교」사람들. 지난 8월 미국 브로드웨이를 강타한 뮤지컬 「명성황후」의 제작진과 출연진, 28일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그 명성을 확인시켜주겠다고 벼르는 그들을 세상은 그렇게 부른다. 「유니교」란 말은 당시 「뉴욕 포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비롯됐다. 윤씨가 『뉴욕 공연을 위해 전 제작진과 출연진 1백여명이 노개런티로 나섰다』고 밝히자 미국인 기자는 『미국인들 같으면 어림없다. 혹시 「명성황후」를 받드는 종교집단 아니냐』며 눈을 동그랗게 떴던 것. 그래서 윤씨는 『맞다. 내가 「유니교」교주다』하고 껄껄 웃었다.농담에서 시작된 말이지만 명성황후 역의 소프라노 김원정씨는 진지하다. 『8월15일 밤 링컨센터 무대에 서서 「명성황후」의 아리아를 부를 때 객석 맨 앞자리에 앉아있는 명성황후를 보았어요. 나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어요. 나는 그게 환영(幻影)이 아니라고 믿어요』 8월까지는 「뉴욕공연 추진위원장」으로, 지금은 운영위원장으로 불리는 김영환씨(한영건설 회장)는 명성황후 혼령을 보지만 못했을 뿐 「명성황후」숭배에는 누구 못지않게 열성이다. 브로드웨이 입성을 위해 집을 잡혀 경비를 댔고 심지어 뉴욕공연 중에는 회사직원 50여명을 감원할 만큼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이리저리 공연비용을 구하러 다녀 『제 정신이 아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래도 공연 성공하고 나니 고등학생인 딸아이가 아버지를 존경하게 됐다고 말합디다. 「명성황후」 노래말처럼 「국왕의 권위 되찾고 친정 선포」한 셈이지요』 이문열씨의 원작을 바탕으로 가사를 쓴 양인자씨는 작업기간 내내 명성황후가 된 심정으로 살았다. 그 입장에서 보니 하필 나라가 안팎으로 힘겨운 시기에 들고일어난 동학군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일까, 죽음을 앞둔 「명성황후」가 부르는 아리아 「기구하고 힘겨워라. 이 땅의 왕비되어 누림보다는 한목숨 보존조차 힘들었던 30년…」을 쓸 때는 눈물이 저절로 쏟아지더라고 했다.이밖에 작곡가 김희갑, 음악감독 박칼린, 무대미술 박동우, 의상 김현숙씨도 빼놓을 수 없는 「신자」들이다. 28일∼12월12일 서울공연을 끝낸 뒤 「교주」 윤씨는 이들을 이끌고 98년 미국 영국 프랑스공연, 2000년 호주 시드니올림픽 초청공연에 나설 참이다. 02―446―7770 〈김순덕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