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프로야구 뿌리내리기

  • 입력 1997년 11월 13일 19시 38분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가 흔들리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프로야구팀을 운영하고 있는 재벌그룹들의 경영난이다. 아직까지 프로야구팀은 팀마다 한해 수십억원씩 적자를 내고 있다. 그 대신 기업이미지를 높이는 홍보효과로 이를 상쇄한다. 그러나 경제난국으로 일부 재벌그룹들이 심각한 자금난에 빠지면서 산하 프로야구팀도 감량경영 대상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모(母)기업의 급박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팀의 대응방식이 너무 근시안적이다. 쌍방울은 최근 간판 박경완선수를 9억원을 받고 현대로 트레이드했다. 해태는 에이스급 투수 조계현을 4억원에 삼성에 넘기고 「야구천재」 이종범선수를 일본 프로야구 팀에 임대하는 문제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쯤 되면 돈이 되는 선수를 마구잡이로 팔아 적자를 메우려 한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자금력이 뛰어난 팀이 좋은 선수를 몰아가면 프로야구 경기는 흥미와 박진감이 크게 줄어든다. 팀간 실력차가 두드러져 승패가 쉽게 갈리기 때문이다. 이 경우 팬들의 외면으로 프로야구 전체가 공멸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우려는 박찬호 선동렬의 해외진출 성공 이후 국내 유망주들이 속속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점이다. 최근 고려대의 김선우, 신일고의 봉중근선수 등이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미국 메이저리그로 진출했다. ▼이처럼 안팎으로 시련에 처한 프로야구가 난관을 뚫고 나가려면 자생력을 갖추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적자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기업 홍보효과에 막연하게 기대를 거는 소극적 경영방식으로는 진정한 프로스포츠가 뿌리내릴 수 없다. 관객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등 스스로의 체질을 강화해야만 즐거움과 활력을 주는 프로야구로 살아 남을 수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