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의 중심지라는 뉴욕에서 발행되는 양대 권위지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은 10일 약속이나 한듯 한국경제 상황을 함께 중요기사로 다뤘다. 관심을 끄는 것은 이들 두 신문의 상반된 시각이다.
타임스는 『대부분의 경제학자와 기업인들은 한국경제가 비온 뒤 땅이 굳어지듯 이번의 어려움을 극복, 더욱 강건한 경제를 갖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저널지는 『한국정부 보증 채권이 국제시장에서 투자부적격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이것은 세계 11번째 규모의 한국경제가 완전히 신뢰도를 잃은 것을 의미한다』고 몰아쳤다. 저널은 지난 3, 4, 5일에 이어 이날까지 1주일 사이에 무려 네번이나 한국경제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를 다뤘다. 말하자면 첫 날 좋지않은 얘기를 다뤄 그 영향으로 외국투자자들이 손을 빼면 다음날더 나빠진 사실을 보도하고 이에 당황한 투자자들이 다시 자금을 회수하면 혼란이 생긴 한국 자금시장 모습을 특집으로 다루는 식이다.
두 신문은 흡사 물이 반잔 있는 컵을 놓고 『반잔이나 남아 있다』와 『반잔밖에 안 남았다』고 상반되게 풀이하는 모습이다. 확실한 것은 한창 좋은 시절 잔을 철철 넘치던 물이 오늘날 반잔으로 줄었다는 현실이다. 한 신문은 우리의 현실을 최대한 낙관적으로 보았고 다른 신문은 최대한 비관적으로 본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진짜 우리」는 그 사이 어디쯤 있을 것이다.
우리 정부가 외국언론의 악의적인 보도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하겠다는 소식이 뉴욕에 전해졌을 때 해당 언론사는 코웃음을 쳤다. 저널의 한 기자는 『한국이 뉴욕 자금시장을 설득할 때 쓰던 금융개혁 약속은 선거판에 밀려 해당법안이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고 관리와 소비자 그리고 기업인과 근로자의 의식이 변하지 않으면서 남이 어떻게 보는 것이 왜 중요하냐』며 조목조목 따졌다. 외국언론이 우리의 현실을 이 정도 알고 있다면 우리가 그 기사를 얼마나 나무랄 수 있을 것인가.
이규민 <뉴욕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