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金대통령의 탈당

  • 입력 1997년 11월 7일 20시 09분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신한국당을 탈당했다. 임기말에 대통령이 소속정당을 탈당하는 것은 정당정치와 책임정치의 원칙에 비춰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김대통령의 신한국당 탈당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이해할 수 있다. 김대통령 스스로 대선 엄정중립과 공정관리를 거듭 다짐했는데도 국민신당 지원설과 이중플레이 의혹이 제기되는 등 중립을 의심받아왔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의 탈당은 우선 그런 의혹부터 불식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그동안 청와대는 「대선 공정관리와 당적보유는 별개」라며 김대통령이 당분간 당적을 보유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지난 3일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와의 청와대회동에서도 김대통령은 조기탈당을 부인했다. 그런 지 불과 나흘만에 김대통령은 「대선을 어느 정당에도 치우침이 없이 엄정하고 공정하게 관리하고 국정수행에 전념하기 위해」 탈당했다. 이러한 심경변화에는 김대통령 자신과 가족, 그리고 청와대비서진이 국민신당 지원의혹 폭로전의 표적이 된데 대한 불쾌감도 크게 작용한 듯하다. 진위야 어떻든 대통령과 주변인사들이 이런 의혹의 한복판에 놓인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김대통령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 됐는지 먼저 자신의 처신을 되돌아 보고 주변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만의 하나라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면 이를 정리해야 한다. 가령 차남 현철(賢哲)씨의 인맥과 자금이 국민신당에 들어갔는지, 청와대 비서진 가운데 국민신당을 지원하는 사람들이 있는지를 확실히 가리고 일부라도 사실로 밝혀진다면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래야만 김대통령의 중립의지는 신뢰받을 수 있다. 김대통령은 오늘 발표할 대국민담화를 통해 그동안의 불미스러운 의혹을 말끔히 씻고 이를 뒷받침할 조치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밝혀주기 바란다. 불행하게도 정치권에는 김대통령의 탈당이 「국민신당 지원설을 의식한 것인지, 아니면 더욱 본격적으로 국민신당을 지원하기 위한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 있다. 탈당에도 불구하고 김대통령은 특정세력 지원의혹에서 자유로워지기 어렵게 돼 있다. 그런 만큼 김대통령은 자신과 주변에 대해 더욱 엄격해야 한다. 그러나 김대통령과 주변의 중립자세가 확인된다면 정치권도 청와대를 대선전략의 방편으로 무책임하게 끌어들이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김대통령이 정말 대선을 중립적으로 엄정하게 관리하고 국정에 전념하려 한다면 정치권도 도와야 옳다. 김대통령의 탈당으로 이번 대선은 집권여당이 없는 채로 맞게 됐다. 의도했든 아니든 대선이 공정하게 치러질 수 있는 외형적 조건은 갖춰진 셈이다. 본란이 거듭 지적했듯이 김대통령은 자신의 마지막 책무가 대선을 엄정공정하게 관리하고 경제살리기와 민생돌보기에 최선을 다하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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