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리뷰]「70년대식」코미디 「이주일의 코미디쇼」

  • 입력 1997년 11월 4일 07시 36분


▼ SBS 「이주일의 코미디쇼」 「이주일의 코미디쇼」는 스타성을 획득한 개인 이주일을 앞세워 코미디와 쇼의 결합을 시도한 프로다. 주로 토크 코미디에 의존하다 최근 「국민대변인 기자회견」 「신 허튼소리」 「어르신 밥상」 등으로 다양한 코너를 만들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프로에서는 소재를 확대해 시사, 정치풍자를 강화하겠다던 본래의 취지를 찾을 수 없다. 「국민대변인 기자회견」코너에서 『혼란스러운 대권양상을 어떻게 보느냐』 『증시폭락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등 현실적인 질문을 갖다붙였지만 대답은 아무런 풍자가 담기지 않은 동문서답식 말장난으로 일관했다. 「이쁜이 산부인과」 「어르신 밥상」 등의 코너는 때리고 소리지르는것일색이어서시계를70년대쯤으로 되돌려놓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웃음을 자아내는 주요 장치가 서로 헐뜯고 모독하고 면박을 주는 행위로 이루어져 있어 본격 시사풍자는 커녕 불신과 냉소를 부추기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 특히 여성에 대한 비하는 이 프로가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코미디쇼라는 점을 감안해도 지나치다. 「이쁜이 산부인과」에서 임신부를 엎드리게 하고 체조를 시키는 등의 장면은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코미디가 주변 장르의 위치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실컷 보고 즐기면서도 저질이라고 생각하는 시청자들의 이율배반적인 태도가 한몫한다. 그러나 이 프로는 「재미있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안이한 제작태도로 프로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웃음의 소재가 되는 현실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건강한 풍자정신도 갖추지 못한 「창의력의 빈곤」이 안타깝다. 〈김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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