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월드컵 한일전과 한일관계

  • 입력 1997년 10월 30일 19시 46분


▼88서울올림픽 이후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가 이번 주말 오후 잠실벌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는 프랑스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일전이 열리고 인접한 잠실야구장에서는 한일 프로야구 골든시리즈의 불꽃튀는 대결이 펼쳐진다. 월드컵 예선 한일 2차전은 이미 한국의 월드컵 티켓이 확정된 상황에서 열리는 경기이지만 양국의 국민적 여망과 자존심이 걸린 숙명의 일전이다. ▼이날 경기장에서는 일본의 축구 응원단 「울트라 닛폰」과 우리의 응원단 「붉은 악마」가 벌이는 조직적인 응원전 또한 치열할 것이다. 경기장의 열기가 최고조에 달하면 덩달아 응원전도 격렬해지고 여기에 해묵은 국민감정까지 폭발한다면 뜻하지 않은 불상사가 일어날 우려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한 경찰의 경계태세도 빈틈이 없어야 하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관중과 응원단의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시합에 임하는 선수들의 정정당당한 플레이 못지않게 응원전 또한 의연한 태도를 잃지 말아야 한다. 경기도 중요하지만 응원전에서도 문화민족으로서의 긍지와 도량을 유감없이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 선수 아닌 상대방 선수의 선전에도 박수를 보낼 수 있는 금도(襟度)가 있어야 한다. 월드컵문화시민운동협회가 벌이는 쓰레기 안버리기, 장내질서 유지 등에도 기꺼이 동참해야 한다. ▼일본 선수와 응원단은 한국을 찾은 손님이다. 더구나 일본은 우리와 2002년 월드컵을 공동 주최하는 나라다. 이번 한일전은 축구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이자 양국간의 친선과 우의를 다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어야 한다. 스포츠는 경쟁 속의 화합이다. 그같은 자세로 우리는 2002년 월드컵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세계를 향해 활짝 열린 마음으로 21세기 선진문화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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