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현장]『지구촌「인권유린」 우리가 감시』

  • 입력 1997년 10월 27일 06시 58분


『여러분 잠깐만 집중해주세요. SFT에 대해 아는 사람 있나요』 미국 뉴저지주 테너플라이 고교의 호랑이 선생님 반. 이제 막 시험을 끝내고 흩어지려는 20여명의 학생들을 이 학교 12학년(고4)인 바버라 바이탈리(17·여)가 불러 모았다. 『SFT는 티베트의 자유를 위한 학생들의 모임(Students For A Free Tibet)을 뜻하는 머리글자입니다. 우리가 먼 나라 티베트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뭘까요. 이번주 금요일 열리는 첫 모임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세요. 금요일 방과후 토론방입니다』 바이탈리는 궁금증만 일으켜놓은 채 옆구리에 끼고 있던 A4 용지 크기의 포스터와 안내문을 남기고 교실을 떠났다. 「SFT는 비폭력적 행동을 통해 티베트에서 억압받는 사람들을 돕기위한 학생단체임. SFT는 현재 추방당한 티베트정부와 그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함. 우리의 임무는 첫째 티베트에서 자유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실상을 알리고 이들을 돕는 우리의 책임을 다하는 것임. 둘째는 강연회와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티베트의 인권상황을 알리고 이런 일을 수행하기 위한 기금을 마련하는 것임」. 순수한 동기에서든 딴 속셈이 있어서든 남의 나라 인권상황까지 일일이 문제삼는 곳이 미국이다. 학생들도 예외가 아니다. 『왜 먼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까지 관심을 갖느냐』는 질문에 학생들은 『인권침해는 전염병과 같은 것이니 세계 어디에선가 인권유린행위가 벌어지면 나의 인권도 무사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뉴욕시 뉴타운 고교 10학년인 릴리 송(15)은 지난 여름 한달동안 컴퓨터에 매달려 인터넷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웹사이트의 제목은 「조선의 식민지화」.www.1free.com/chosen/index.html 『정신대 출신 한국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일본이 사과하기는커녕 부인할 수 없는 역사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는 사실에 기가 막혔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세상 사람들에게 정신대를 바로 알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송양은 부지런히 정신대 관련 자료를 뒤적이며 「일본군의 성적(性的) 노예들」이란 제목으로 A4용지 4장짜리 에세이를 썼다. 일본군이 위안부를 모집하게 된 배경과 모집방법 비용 인권유린사례 등을 구체적인 수치와 연도를 곁들여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송양은 특히 정신대에 끌려간 여성 가운데는 12,13세의 어린 여자아이들도 끼여 있었으며 어린이에 대한 성적 학대는 더욱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 있는 엘름우드 여고의 명물은 「프라이」와 「윌슨」 동아리. 「프라이」는 여성학대를 사회문제로 부각시키는데 공헌한 여권운동가의 이름을, 「윌슨」은 캐나다 최초의 여성 상원의원의 이름을 딴 것. 이들은 여성에 대한 폭력과 여성 참정권의 역사,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 등에 대해 격렬한 토론을 벌이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매년 여권운동단체를 돕기 위한 모금활동을 벌이기도 한다. 영국 런던의 입스톡 학교에서는 우리의 학교폭력에 해당하는 「불링(bullying)」을 심각한 인권침해행위로 규정, 학생수칙에 이에 관한 행동강령을 명시하고 있다. 불링은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행위로 따돌리거나 때리거나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 등을 포함한다. 정당한 이유없이 같은 또래에게 불링당하는 모습을 보고 못본 채하거나 불링을 하는 학생에게 이를 문제삼지 않으면 불링을 행한 학생과 마찬가지로 책임을 추궁당한다. 〈뉴욕·오타와·런던〓이진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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