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정치개혁 협상시한이 또 연장될 모양이다. 당초 9월30일로 잡았던 협상시한이 이달 20일로 늦춰졌다가 또다시 이달 말로 연장되는 것이다. 대통령선거가 불과 2개월 남았는데 선거규칙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으니 이래 가지고는 대선 관리에 큰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다.
다 알다시피 이번 정치개혁협상은 한보사태에서 비롯됐다. 한보사태는 정경유착과 고비용 정치구조를 타파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를 낳았고 이로써 정치개혁협상이 시작됐다. 따라서 정치개혁협상이 실패한다면 국민적 기대를 배신하는 격이 된다. 여야는 이를 되새겨 협상을 서둘러야 한다.
협상이 난항을 겪는 것은 여야가 당리당략을 포기하지 않는데다 「김대중(金大中)비자금」 파동까지 겹쳐 그렇지 않아도 삐걱거리던 협상이 더욱 외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래서는 안된다. 한쪽에서 비자금공방을 벌이더라도 정치개혁협상은 그것대로 진척시켜야 옳다.
협상의 최대 걸림돌인 지정기탁금 문제만 해도 그렇다. 기업과 개인이 상대를 지정해 기탁하는 자금이 여당에만 편중된다는 것이 문제의 시발이다. 정치자금을 야당에 기탁하면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과 현실이 그렇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기탁된 돈을 여야에 배분하는 것은 기탁자의 의사를 무시하는 결과가 된다. 협상은 바로 이런 암초에 걸려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그 저변에는 기존 이익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여당의 이기심이 깔려 있다. 이 문제는 시민단체의 의견처럼 지정기탁금제를 폐지하고 대안을 찾아보면 해결책이 나올 수도 있다.
다짐만 요란하고 정작 정치개혁입법에 소극적이라면 정치불신만 증폭시킬 뿐이다. 이는 여야의 손익을 훨씬 뛰어넘는 문제다. 여야의 대승적 결단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