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태국]최공림/「천의 얼굴」가진 나라

  • 입력 1997년 10월 15일 07시 51분


태국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왕궁이나 수상시장 정도를 연상한다. 하지만 태국은 이보다 훨씬 다양한 자원을 가진 나라다. 영화 「타잔」의 한 장면처럼 야생 코끼리나 원숭이가 사는 울창한 밀림이 있는가 하면 1천m이상 고지로 올라가면 넓은 초원과 조용한 호수가 시골정취의 한가로움을 더한다. 산과 강으로 이어지는 국경지대를 제외하면 가도 가도 끝없는 푸른 평원이다. 이런 자연환경이 사람들을 여유있게 하리라. 태국에는 우리로서 잘 납득할 수 없는 면면이 많다. 그중 하나는 세계적인 교통난과 공해의 도시 방콕 시내에 차량과 오토바이가 많지만 경적을 울리는 법이 없다는 점이다. 태국인은 본래 성미가 급한 민족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와는 달리 교통질서를 잘 지키는 인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생활의 여유 때문일까, 아니면 부처님의 자비정신일까. 며칠 여행한 경험을 토대로 태국을 안다고 자부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가. 태국은 「천의 얼굴」을 가진 나라다. 가난이 철철 흐르는 빈민가가있는가하면 변두리 지방에도 그림같은 휴양지가 즐비하다. 마약거래에 청부살인등 어두운 면이 있는가 하면 관광업종사자들은 대체로 친절하고 「바가지」를 씌우지 않는다. 태국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사무직 고급두뇌의 절대부족현상. 지난 80년대 후반 경제개발 붐으로 일자리가 크게 늘어났으나 인력난으로 애를 먹고 있다. 어려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어렵사리 사람을 구해도 반년 정도 지나면 새 일자리를 찾아 떠나버린다. 자리를 바꿀 때마다 급여가 올라가는데 맛을 들였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유흥업소는 물론 관공서 회사 사무직의 절반이상이 여성이라는 것이다.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경제침체가 눈앞의 돈 몇푼에 자신을 팔아버리는 경향 때문이라면 논리의 비약일까. 아무튼 이로 인해 개인의 능력개발과 국가발전이 더뎌진다는 사실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최공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방콕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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