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하경자/지하철좌석에 누운학생 왜 나무라지않나

  • 입력 1997년 10월 9일 08시 03분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도봉산역에서 전철을 탔다. 전동차 안에는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학생이 드러누워 잠자고 있었다. 옆으로 세명이 앉아 있고 나머지 공간은 온통 학생차지였다. 하도 어이가 없어 몇번 툭툭 쳐봤지만 반응이 없었다. 어디가 아픈가 하는 생각에 그냥 앞에 서 있었다. 청량리역에서 할머니 한분이 탔다. 다시 깨워보았지만 역시 반응이 없었다. 지켜보던 할머니는 이내 포기하고는 다른 자리로 옮겨 섰다. 그 동안에도 많은 사람들이 탔지만 아무도 학생을 깨우려하거나 야단치는 사람은 없었다. 덩치 큰 청년도 마음좋게 생긴 아저씨도 목소리 큰 아주머니도 슬금슬금 눈치만 보고는 피해 갔다. 물론 학생의 팔뚝에 새겨진 「뭘봐?」라는 글귀가 약간 오싹하게 하기도 했겠다. 공공장소에서 자기집 안방처럼 행동한 학생도 잘못이크다.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전철을 탔으나 누구 하나 학생의 잘못을 일깨워주는 사람이 없어 정말 안타까웠다. 나를 포함한 모두가 참으로 부끄러운 세대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경자(경기 광명시 광명3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