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언어소통」이다. 하물며 부부 사이에서야.
「사랑한다」 「감사하다」는 단 몇 마디가 주는 영향은 생각보다 훨씬 크고 강력하다. 그러나 가까운 사이라는 믿음 때문인가, 우리는 부부 사이에 소중한 말을 너무 아낀다. 대신 쓸데없는 말을 지나치게 많이 한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이나 성의학자들은 소위 「이쁜이 수술」이 부부간의 성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약간의 정신적 위로 외에는. 그런데도 여자들로 하여금 그런 수술에 미련을 갖게 하는 것이 남편들의 잔인한 「말 한마디」다. 별 생각없이 던진 『당신도 이제 늙었군』하는 한마디가 여자들을 「이쁜이계(?)」에 들도록 하는 것이다. 여자의 폐경이나 자궁절제수술도 마찬가지. 의학적으로는 부부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런데도 아내의 자존심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히며 「늙은 여자」 운운하는 남편들이 없지 않다.
이런 타입은 아내가 애교라도 부릴 양이면 『어, 이 여자 왜 이래. 나이 값이나 하라구』라는 말로 아내를 10년은 늙게 만들기 십상이다. 아무리 나이먹은 여자라도 때로는 남편 앞에서 소녀처럼 애교와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한다.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나 남편의 유연성 없는 태도나 유머감각을 결여한 완고함이 아내의 정신적 건강을 가로막고 노이로제로 몰고 간다면 그보다 슬픈 일도 없다. 때로는 소녀 같은 아내, 소년 같은 남편을 보며 서로 즐거워 할 수 있는 것도 건강한 부부 관계를 이끌어 가는 비결이다.
양창순(서울백제병원신경정신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