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또 흔들리는 교육정책

동아일보 입력 1997-10-03 19:57수정 2009-09-2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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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이 바뀌면 정책도 달라진다는 우리 교육의 고질적 병폐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8월 이명현(李明賢)장관을 새로 맞은 교육부는 새 장관 취임 한달여만에 그동안 확고부동의 자세를 지켜온 두가지 정책에서 방향을 전환했다. 한가지는 산업대와 전문대측이 집요하게 요구해온 학교명칭 자율화문제를 수용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특수목적고에 대한 비교내신제 폐지방침을 수정해 보완책을 마련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들 정책은 해당 대학이나 학부모들이 집단행동 등을 통해 교육부에 정책변경 압력을 행사해온 공통점을 지닌다. 지금까지 교육부가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데는 그에 맞는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산업대나 특수목적고 학부모들의 주장에도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고교 평준화 정책이 시행되는 상황에서 대학입시와 관련된 교육정책은 한쪽 입장을 편들어주면 다른 편에서 형평성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 비교내신제 문제만 해도 그렇다. 비교내신제를 없애면 우수 학생이 몰려있는 특수목적고 학생은 대입 내신성적에서 불이익을 당하지만 이를 보완하는 쪽으로 가면 일반고 학생이 상대적으로 차별대우를 받는 결과를 빚는다. 따라서 교육정책에서 상충하는 이해를 미봉하려다 보면 엄청난 혼란만 자초할 뿐이다. 이것이 교육정책이 원칙과 일관성을 가져야만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이번에 교육부가 서울대에 비교내신제 폐지에 따른 보완책 마련을 지시하자 서울대는 내신 등급제 도입, 특차시험 실시와 심지어 본고사 부활문제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교육부가 과거 교육정상화를 도모한다는 명분으로 폐기처분하거나 개선작업에 나선 제도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나온 셈이다.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 선심행정의 와중에서 교육정책마저 흔들린다면 교육현장의 불신풍조는 더욱 만연하고 교육의 질도 그만큼 후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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