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마주보기]허영호의 끝없는 감동 여정

  • 입력 1997년 10월 2일 07시 28분


「다큐 스페셜」 보통 사람들은 「달인(達人)의 실패」를 보고 안도감을 느낀다. 그 역시 한계를 지닌 인간임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도전하는 인간을 볼 때 사람들은 그와 정서적 동일체가 되기를 원한다. 인간 가능성의 지평을 함께 열고 싶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허영호의 도전」을 통해 이런 감동적인 여정에 동행할 수 있다. 연이은 극지 탐험 성공으로 세계적 명망을 얻게 된 그의 자부심 뒤에는 감춰진 패배의 상처가 있다. 6년 전 세계 6위봉 히말라야 초오유 등정에 실패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시 시작한다. 처음에는 그것이 못 오른 산이었기 때문에, 그러나 이번에는 내 가능성을 여기에다 내려놓고 싶지 않아서…』 8천2백m는 쉬운 높이가 아니다. 티베트의 수도 라싸의 성지에 들러 한없이 낮은 인간의 위치를 새겨둔다. 7천m 지점에서 발견한 이름 모를 산악인의 시신은 비장한 각오를 하게 만든다. 마흔세살. 고산병과 악천후도 예전처럼 근력에만 맡길 수는 없는 나이다. 이때문에 그의 등산은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승자보다는 패자가 많은 세상, 인간의 가능성보다는 안온한 체념을 선택하는 이들. 하늘 아래 군림하는 한 정상을 향해 중년의 산사람이 선택한 재도전은 가을밤의 브라운관을 달구기에 충분할 것이다. 이야기의 완급조절, 사선(斜線)과 수평을 조화시킨 화면구도가 돋보인다. 〈권기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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