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현장/학부모체험기]美 5년거주 김학성씨

  • 입력 1997년 9월 29일 08시 02분


『아빠, 담배 피우면 폐가 어떻게 변하는지 아세요』 『빨리 담배 끊고 나랑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야죠』 미국에 건너와 키가 훌쩍 커버린 둘째 희원이(18)는 요즘 담배를 피우는 나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희원이는 우리집 재롱둥이지만 담배에 관한 한 아내보다 더 심한 잔소리꾼이다. 이곳 중고교에서는 헬스시간을 이용, 학생들에게 흡연자의 폐와 심장 등 장기를 찍은 사진과 표본 등을 보여주며 아예 담배를 만지지도 말라고 겁을 준다고 한다. 희원이는 검게 썩은 표본병 안의 폐를 볼 때마다 아빠가 생각난단다. 9월초 대학생이 된 맏이 희선이(20)가 고교생 때의 일이다. 시무룩하게 자기방에 있던 희선이는 『아빠, 나 아주 슬픈 영화봤어요』라며 건강교육 시간에 본 영화 얘기를 들려주었다. 졸업을 앞둔 한 여고생이 음주운전하던 대기업 사장의 차에 치여 죽게된 뒤 돈으로 구속을 피하려는 사장을 여고생의 아버지와 친구들이 나서 단죄하는 내용이라고 했다. 희원이는 『어렵게 공부해 대학생활을 꿈꾸던 그 여고생이 너무 불쌍했다』며 『아빠는 절대 음주운전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미국은 한국보다 학생들이 어린 나이부터 담배나 술, 마약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다. 여중생들이 학교앞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광경을 보고 놀라기도 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는 아이들이 이런 나쁜 버릇부터 배우지 않을까 걱정도 많이 했다. 두 아이가 아무 문제 없이 성장, 미술가와 음악가로서의 재능을 가꾸어가고 있는데는 학교 교육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정의 관심이다. 부모와 떨어져 로스앤젤레스에 혼자 유학와 있는 한국 아이들 중에는 금세 담배를 배우고 심지어 마약 중독자가 되는 경우까지 있다. 김학성<미 5년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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