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담배 피우면 폐가 어떻게 변하는지 아세요』
『빨리 담배 끊고 나랑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야죠』
미국에 건너와 키가 훌쩍 커버린 둘째 희원이(18)는 요즘 담배를 피우는 나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희원이는 우리집 재롱둥이지만 담배에 관한 한 아내보다 더 심한 잔소리꾼이다.
이곳 중고교에서는 헬스시간을 이용, 학생들에게 흡연자의 폐와 심장 등 장기를 찍은 사진과 표본 등을 보여주며 아예 담배를 만지지도 말라고 겁을 준다고 한다.
희원이는 검게 썩은 표본병 안의 폐를 볼 때마다 아빠가 생각난단다.
9월초 대학생이 된 맏이 희선이(20)가 고교생 때의 일이다. 시무룩하게 자기방에 있던 희선이는 『아빠, 나 아주 슬픈 영화봤어요』라며 건강교육 시간에 본 영화 얘기를 들려주었다.
졸업을 앞둔 한 여고생이 음주운전하던 대기업 사장의 차에 치여 죽게된 뒤 돈으로 구속을 피하려는 사장을 여고생의 아버지와 친구들이 나서 단죄하는 내용이라고 했다.
희원이는 『어렵게 공부해 대학생활을 꿈꾸던 그 여고생이 너무 불쌍했다』며 『아빠는 절대 음주운전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미국은 한국보다 학생들이 어린 나이부터 담배나 술, 마약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다. 여중생들이 학교앞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광경을 보고 놀라기도 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는 아이들이 이런 나쁜 버릇부터 배우지 않을까 걱정도 많이 했다.
두 아이가 아무 문제 없이 성장, 미술가와 음악가로서의 재능을 가꾸어가고 있는데는 학교 교육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정의 관심이다. 부모와 떨어져 로스앤젤레스에 혼자 유학와 있는 한국 아이들 중에는 금세 담배를 배우고 심지어 마약 중독자가 되는 경우까지 있다.
김학성<미 5년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