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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7년 9월 28일 20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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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민성의 25m짜리 중거리포가 터지자 도쿄국립경기장은 일순 엄청난 희비가 교차했다. 5만여 일본관중들은 비명과 한숨을 토해냈고 관중석 한귀퉁이에 자리잡고있던 5천여 한국응원석은 희열속에 파묻혔다. 누가 이 극적인 결승골이 터져 나오리라고 상상했으랴. 그것도 「마지막 몸부림」으로 수비에서 공격에 가담한 이민성이 일을 낼 줄이야.
종료7분전까지 0대1로 뒤지던 한국이 특유의 투혼으로 막판 저력을 과시하며 일본을 무릎 꿇게 한 순간, 선수들은 한데 엉킨채 기뻐 어쩔 줄 몰라했고 차범근감독의 감격은 더했다.
반면 벼르고 별렀다가 다 이겼던 경기를 놓친 일본의 통한은 크기만 했다. 일본선수들의 몸은 허물어졌고 일본벤치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홈경기에서 질 수 없다는 오기로 승부를 서두르는 일본을 맞아 차분히 대처하면서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끈질기게 따라붙은 한국의 저력이 빛을 발한 한판이었다.
이날 한국의 승리는 수비벽을 탄탄히 쌓으며 「지공」과 「기습」을 병행한 것이 결정적인 요인.
한국은 홍명보를 수비마지노선으로 하고 최영일 이민성 장형석 등 대인방어력이 뛰어난 스토퍼들이 일본공격수들을 전담마크하며 일본의 공격에 적극대응했다.
양팀의 미드필드싸움은 불꽃을 튀겼으나 최전방은 소강상태를 보였다. 양팀이 모두 상대 골잡이들을 밀착 전담마크했기 때문. 한국은 일본의 투톱 미우라와 로페스를 최영일과 이민성이, 일본은 한국의 원톱 최용수를 오무라가 각각 전담했다.
이에따라 한국은 하석주―고정운의 왼쪽라인을 적극 활용하며 일본문전을 위협하기 시작했고 일본도 이에 질세라 나카타와 나나미 등 공격형 미드필더들을 최대한 가동하며 한국수비라인을 죄어나갔다.
지공으로 일본수비를 끌어내며 기습공격을 노리던 한국은 13분 하석주의 돌파로 최용수가 헤딩슛, 비록 빗나갔으나 상대수비진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어 공격에 가담한 홍명보의 중거리포가 수비수 발에 맞고 나오는 등 한국의 공세가 잇따르며 경기의 흐름은 한국쪽으로 기울었다.
미우라가 묶인 가운데 일본의 공격을 되살린 것은 브라질출신 귀화선수 로페스. 그는 슈팅보다는 발재간으로 한국문전을 위협했다.
전반을 득점없이 비긴채 끝나자 후반초반 일본의 공세가 활발해졌다. 「로페스」 「로페스」를 연호하는 가운데 일본공격이 빨라지더니 미우라의 기습적인 슛이 터졌고 볼은 오른쪽 골대를 맞고 튕겨 나와 한국진영을 긴장케 했다.
한국은 나카타를 봉쇄하던 장형석 대신 최성용을 교체투입한뒤 고정운의 실책으로 한순간 수비조직력이 흔들리며 일본에 선제골을 내줬다.
그러나 이대로 질 수 없다는 선수들의 비장한 의지가 보이기 시작했고 반면 일본은 뒤늦게 터진 선제골에 마냥 기뻐한 나머지 방심하다 거푸 두골을 내주며 한국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 B조 3차전
한국 2 (0-0 2-1) 1 일본
득점=서정원(83분·도움 최용수) 이민성(86분·이상 한국) 야마구치(65분·일본)
〈동경〓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