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안도현/『잘싸웠다 「붉은 악마」들이여…』

  • 입력 1997년 9월 28일 20시 25분


뜨거운 일요일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마음은 벌써 현해탄 너머 도쿄 국립경기장 쪽을 향해 가고 있었다. 저 북쪽에서부터 점점 아래로 남하해 오는 단풍의 빛깔만큼이나 후끈하게 달아오른 이가 어찌 나 하나 뿐이었겠는가. 중학교에 다니는 딸아이는 아침 일찍 도서관을 가면서도 못내 아쉬운 듯 『아빠, 응원 잘 하세요』하면서 가방을 메고 현관문을 나섰다. 축구 생각 때문에 공부가 제대로 될까 싶었다. ▼ 『오후2시까지 올게요』 ▼ 그리고 여덟살짜리 아들 녀석은 평소에 차지 않던 시계를 차고 자전거를 끌고 나가는 것이었다. 2시까지는 틀림없이 들어올 거라면서. 축구 중계를 보면서 부추전을 부쳐 먹을까, 고구마를 쪄 먹을까 이런저런 궁리를 하면서 아내도 덩달아 들떠 있었다. 나도 혹시 담배가 모자라지는 않을지 일찌감치 점검을 해 둔 터였다. 한일전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가 이렇게 뜨거운 것은 무슨 까닭에서윤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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