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악처에게 쫓기는 남편 〈34〉
한편, 공주와 이별하고 야음을 틈타 도성을 빠져나온 마루프는 경황없이 말을 몰아 황량한 땅으로 나아갔다. 그때 그의 가슴은 이별의 슬픔으로 찢어지는 것만 같았고, 방금 빠져나온 달콤한 공주와의 침상이 아쉬워 미칠 것만 같았다. 공주를 향한 애욕과 연정을 누를 길 없어 그는 이런 시를 읊었다.
야속한 운명은
금실좋은 우리를 갈라놓았네.
네 입술은 내 입술에 남아 아직도 달콤하고,
네 향기는 내 코에 아직도 그윽하고,
네 속삭임은 내 귀에 아직도 쟁쟁거리고,
네 넓적다리는 내 넓적다리에 남아 아직도 따뜻하고,
애틋한 너의 몸짓은 내 품에서 아직도 바둥거리고 있건만,
네 입술, 네 향기, 네 속삭임, 네 체온, 네 몸짓을 뒤로하고
나는 정처도 없이 고독의 사막으로 떠나고 있네.
오! 우리가 마주보며 피워냈던 기쁨의 꽃,
우리가 서로 손잡고 길어올렸던 행복의 두레박,
우리가 서로 부둥켜안고 연주했던 쾌락의 선율이
누군가에게 독이 되기라도 했단 말인가?
혹은, 내가 밤마다 네 비밀의 바다에 몸을 던지고
첨벙거리며 유영하는 소리가
신의 창밖에 잠들어 있던 새들을
깨우기라도 했단 말인가?
오! 네 고운 얼굴은 이제 그리움의 사원(寺院)이 되어
긴 세월 위에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고,
애교스러운 너의 미소는
열사의 언덕 위에 떠오르는 신기루가 되어
내 영혼을 떠돌게 하리라.
노래를 마친 마루프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러한 그의 앞에는 척박한 산들이 가로막고 있을 뿐이었다. 이별의 쓰라림으로 미칠 듯이 마음이 산란하여 흡사 술취한 사람처럼 가고 있으려니까, 어느덧 지평선 위로 태양이 떠올라 대지를 달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작열하는 태양 볕도 마루프의 가슴에 깃을 틀기 시작한 공주에 대한 그리움을 태워버리지는 못했다.
그런데, 한낮이 가까워질 무렵 마루프는 문득 밭에서 일을 하고 있는 농부 한 사람을 만났다. 농부는 두 마리의 소에 멍에를 지우고 밭을 갈고 있는 중이었다. 마루프는 그 농부를 향해 인사하고 물었다.
『착한 농부여, 이쪽으로 계속 가면 어디가 나오지요?』
그러자 농부도 이마에 손을 대고 공손히 인사를 하며 말했다.
『글쎄올시다. 저 사막을 넘어가면 인도가 나온다는 말도 있고, 카이로가 나온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건 아무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아무도 저 사막을 넘어가 본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건 그렇고 나리께서는 국왕을 모시는 백인노예 같은데 이 더운 날 길을 나서신 걸 보면 꽤나 급한 임무를 띠고 가시는 것 같군요.아무리급해도 말에서 내려 함께 식사라도 하고 가십시오』
이렇게 말하는 농부의 표정과 목소리는 더없이 인심 좋고 선량해 보였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