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성의 눈]1승 애타는 감독의 심정

  • 입력 1997년 9월 22일 20시 05분


감독과 해설가. 감독은 그라운드안의 더그아웃에서, 해설가는 관중석의 중계석에서 경기를 바라본다. 각자가 처한 현실적인 공간의 차이만큼 승부에 대한 느낌의 차도 큰 것일까. 20일 광주에서 열린 해태와 쌍방울의 경기. 한국시리즈 직행을 향한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해태와 상위권진입을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쌍방울 모두에 중요한 한판이었다. 7회말까지 11대 6으로 해태의 리드. 마침 불붙은 방망이에다 4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이원식의 역투가 상승무드를 이끌어내며 승부는 해태쪽으로 거의 기울었다. 그러나 8회초 쌍방울 박노준이 안타를 치고 나가자 김응룡감독은 잘 던지던 이원식을 구원전문 임창용으로 교체했다. 그러나 임창용은 전날 공을 던져 상식적으로 연속 등판이 어려운 형편. 순간 머리에 떠오른 것은 구원부문 2위 임창용에 대한 배려차원에서 단행된 조치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5점차 리드에 주자가 한 명에 불과, 규정상 세이브가 불가능한 상황. 그렇다면 김감독의 진짜 복안은 무엇이었을까. 2위 LG의 맹추격속에 박빙의 선두를 지켜가고 있는 김감독으로서는 매경기 1승이 아쉬운 처지. 지금처럼 상위권판도가 혼미한 상태에서 시즌 막판의 1승은 평소의 3승에 버금가는 파급력을 갖고 있다. 장기레이스의 여파로 투수와 타자 모두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질대로 떨어진 상태에서 오늘 경기를 놓치면 당장 내일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시리즈를 8차례나 제패한 노련한 김감독이 이같은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이길 수 있을 때 확실히 이겨두자는 판단이 얼핏 비상식적인 것처럼 보이는 투수교체를 단행한 배경이었으리라. 제삼자로서 경기진행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해설가와 반드시 이겨야한다는 부담속에 경기를 이끌어가는 감독이 경기를 대하는 시각과 태도는 이렇게 차이가 있다. 하일성〈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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