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출판인 조성출옹,외래어 30년간 정성껏 정리

  • 입력 1997년 9월 21일 20시 28분


최근 동아일보사에 한통의 편지가 날아들었다. 동아일보사가 발간한 「현대시사용어사전」에 PD 레저 캐디 엑스트라 너클볼 등 꼭 들어가야 할 외래어가 누락된 것이 많으니 조속한 증보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편지의 주인공은 조성출(趙誠出·73·경기 고양시 일산구)옹. 『책을 대충 훑어보니 꼭 들어가야 할 외래어들이 많이 빠져있는 거야. 실망이 컸지만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지』 조옹이 외래시사용어에 밝은 것은 30여년 전부터 사용빈도가 높은 외래어를 계속 메모해왔기 때문. 그가 소중히 여기는 3권의 노트에는 음식이름 동물명을 포함한 갖가지 외래어가 빼곡이 차 있다. 이 땅에서 쓰이는 외래어는 거의 다 망라돼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30년 넘게 해온 출판업무에 쓰일까 해서 틈틈이 외래어를 정리해왔다』는 조옹의 외래어 정리작업에는 뛰어난 외국어 실력이 큰 밑천이 됐다. 고려대 영문과 수학시절 독일어까지 익혀 막힘없이 읽고 쓰는데다 일제치하의 설움을 견디며 배울 수밖에 없었던 일어는 「제2의 국어」여서 일기를 일어로 쓸 정도. 일어 실력이 뛰어나 70년대에는 10년간 한국자원관광공사에서 일어 문화재안내팜플렛을 작성하고 재일교포 대상 문화영화의 일본어 대사를 쓰기도 했다. 그의 본업은 출판과 편집. 한국전쟁 직후부터 「학생계」 「신문예」 「주간경제신문」 「경제계」 등 신문 잡지사와 「문성당」 「삼성출판사」 등 출판사에 몸담아왔다. 그 덕분에 김동리 박영준 유주현 이범선 박재삼 황순원 등 문인들과 격의없이 어울렸던 조옹은 수십권의 번역물과 저서를 낸 문인이기도 하다. 그는 이달중 ㈜보진제에서 출간할 「한국인쇄출판백년」에서 한성순보로부터 첨단전자출판에 이르는 한국 출판문화 1백년의 변천사와 그의 출판 인생 30년을 정리하고 있다. 034―913―6949 〈고양〓선대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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