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금 짜내기 팽창예산

  • 입력 1997년 9월 19일 20시 11분


정부와 여당이 마련한 내년 예산안은 외형상 긴축처럼 보이나 실제는 팽창예산이다. 예산증가율이 5.8%라지만 세수가 부족해 축소 조정한 올해 실행예산에 비하면 9.2%나 늘어난 액수다. 그것도 공공요금과 세금 인상으로 세입을 꿰맞춘다는 계획이다. 큰소리치던 정부의 긴축의지는 온데간데 없고 국민부담을 크게 늘려서라도 대선용 선심예산을 편성하겠다는 배짱같다. 내년 세수가 3%내외, 경기가 좋아져 잘해야 4%가량 늘어날 전망인데 예산을 이렇게 늘려 잡았으니 국민들 호주머니를 짜내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선거용 선심예산을 짜려고 철도요금 대학납입금 상수도요금 등 각종 공공요금을 대폭 올릴 예정이다. 기업의 20%가 임금을 동결하는 등 근로자들이 경제난 타개에 고통을 감수하는 터에 이같은 공공요금 인상은 말이 안된다. 공기업들은 인력감축과 경영쇄신을 통한 비용절감으로 공공요금 인상요인을 흡수하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공공요금 인상에다 경유에 부과하는 교통세와 교육세를 올려 1조원가량의 세금을 더 거두겠다니 가계부담은 엄청나게 늘어날 전망이다. 세입(歲入)내 세출(歲出)원칙을 무시한 팽창예산 편성계획은 수정해야 한다. 예산의 낭비를 없애고 절약해 알뜰예산을 짤 생각은 안하고 쓸 곳부터 정해 모자라는 만큼은 세금을 더 거둬 메우겠다는 조세편의주의적 발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 예산을 잔뜩 불려놓고 꾀를 부려 긴축이라고 주장하는 정부 여당의 예산안은 국회가 심의과정에서 바로잡아야 한다. 국민부담을 가중시켜 선심예산을 짠다고 표를 줄 것으로 생각한다면 한심한 일이다. 임금은 묶어놓고 공공요금과 세금을 올려 물가를 자극, 실질임금이 내려가게 하는 정책을 지지할 유권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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