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주의를 고집하는 후배가 있었다. 그가 어느날 저렇게 살아갈 수 있다면 결혼생활도 괜찮을 듯 싶은 커플을 보았노라고 말했다.
그는 직장동료들과 상사의 집에 놀러 갔다가 느낀 얘기를 들려 주었다.
『우리가 갑자기 쳐들어간 셈인데도 기분좋게 맞아준 것은 그럴 수 있다쳐요. 그런데 부부가 뭔가 끊임없이 이야기를 주고 받는데 그렇게 다정하고 자연스러울 수가 없더군요. 남편은 아내를 도와 부엌과 마루를 오가며 우리를 대접했는데 그 사이에도 재미있는 농담으로 아내와 우리를 동시에 웃기고 아내는 그 농담을 즐기는 거예요. 그래봤자 사소하고 일상적인 얘기들이었지만 그런 이야기들을 부부가 공유한다는 것이 놀랍더군요. 사실 그는 직장에서는 근엄한 타입이거든요. 그런데 아내에게는 친근하고 유쾌한 사람이었어요. 아내도 상냥하고 부드러운 여자로 보였지만요』
그래서「아, 부부가 저렇게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대화하고 배려하고 사랑할 수 있다면 결혼도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는 것이다.
그 후배의 눈은 정확했다고 생각한다.
결혼생활 10년이 넘은 부부 사이에 오밀조밀 유쾌한 대화가 오갈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다. 대개 그쯤 살고 보면 서로 벽 보듯 무관심해지기 딱 알맞기 때문이다. 무관심은 아니더라도 무덤덤해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재미있는 농담은 다른 사람하고 나누고 아내한테는 『밥 줘, 와이셔츠는? 뭐, 다림질을 못했다구? 아니, 당신 집에서 뭐하는 사람이야?』 운운, 볼멘소리나 늘어놓는 남자들이 많다.
부부 사이에 가장 훈련과 습득이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대화하는 기술이며 상대방을 즐겁게 해 주려는 마음이다.
양창순 (서울백제병원 신경정신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