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알렉산드르 레베드 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한국개발원(KDI) 초청으로 20일부터 4박5일간 한국을 방문, 정계와 재계인사들과 폭넓게 만난다.
공수부대 사령관출신으로 지난해 대통령선거 1차투표에서 3위에 올랐으나 결선에서 보리스 옐친 대통령진영에 합류, 차기 유력주자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그가 방한을 앞두고 모스크바 주재 한국특파원들과 회견했다.
그는 『한국이 짧은 기간에 이룩한 경제성장은 기적에 가까운 것』이라며 『그 비결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박정희(朴正熙)씨는 위대한 대통령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박정희씨와 함께 일했던 인사들과 교류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에서 1백개의 이동식 핵무기가 사라졌다』는 자신의 최근 발언에 대해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된 뒤에 이동식 핵무기로 무장한 특수부대들이 구소련지역의 국경부근에 배치됐으며 소련붕괴후 이들 지역에서 바로 이 핵무기 중 다수가 사라졌음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당시 시간이 없어 정확한 진상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사라진 핵무기가 북한으로 흘러들어 갔는지에 대해서도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국내정치와 관련, 그는 『러시아는 거대한 나라이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급격한 개혁은 경제 사회적인 측면에서 많은 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며 옐친의 급격한 시장개혁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또 옐친의 민족주의성향에 따른 서방측의 우려에 대해 『옐친은 민주주의자이지만 체첸전쟁을 일으켰고 나는 군인이지만 대화와 협상으로 그 전쟁을 종식시켰다』고 자신을 내세웠다.그러나 자신의 지지율이 하락하는데 대해 그는 『여론조사나 인기에 연연해하지 않는다』며 『곧 나의 시대가 올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러 양국은 지정학적 관점에서 볼때 21세기를 맞아 적극적인 우호협력관계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반병희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