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최고령 여성버스기사 김선희씨…경력 32년

입력 1997-09-12 20:07수정 2009-09-2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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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을 잡은 지 어느덧 32년이다. 지난 65년 자가용이 흔하지 않을 때 자신의 고급자가용을 몰았던 26세의 고운 손은 이제 집채만한 버스를 움직이는 주름진 초로의 손으로 변했다. 서울시내 남성 1만7천여명, 여성 94명의 버스기사 중 여성 최고령인 김선희(金善姬·58·강서구 방화동)씨가 이달말 정년퇴임한다. 수천번은 왕복했을 김포공항∼서울시청간 시내버스 노선에는 지난 세월의 이끼가 끼어있다. 정년을 보름여 남겨서인지 요즘 그는 자신이 모는 서울75사1705호 1002번 고급좌석버스를 볼 때마다 애틋함을 느낀다. 유복했던 김씨는 67년 남편의 사업이 갑자기 망하는 바람에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이것 저것 손대본 뒤 70년부터 택시를 몰기 시작했다. 여성운전사가 손꼽을 만하던 시절이라 좋은 점도 있었지만 어려움도 많았다. 안전운전과 따뜻한 미소를 트레이드마크로 했던 그에게 76년 큰 불행이 닥쳤다. 이해 9월 20대 청년에게 택시강도를 당해 칼에 3군데를 찔린 것. 『얼마나 놀랐던지 한달간의 입원치료 후에 핸들을 다시 잡았는데도 손님이 주머니에 손을 넣을 때마다 급정거를 하는 등 심한 후유증에 시달렸습니다』 김씨는 79년 개인면허를 땄으나 강도사고 후유증과 불규칙한 근무시간을 고려해 81년부터 시내버스로 돌았다. 동북교통㈜에서 처음 8번버스를 몰 때는 빡빡한 기어를 변속하느라 팔이 빠져나갈 듯이 힘이 들었다. 이듬해 김포교통㈜으로 자리를 옮겨 김포∼성산대교∼미도파를 돌아오는 68번 일반버스를 10여년 운전했다. 회사는 93년 김씨의 성실함을 인정, 연차서열이 안된 그에게 운전하기 편한 고급좌석버스를 내줬다. 운전을 해 3남매를 키워냈고 시어머니와 아들내외 및 손녀 등 4대를 책임지는 가장 역할까지 해온 그는 30년 가까운 직업운전사 생활을 후회하지 않는다. 일 때문에 자녀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왔기 때문이다. 단골 손님들이 가끔 사탕이나 초콜릿 등 선물을 줄 때 가장 기쁘다는 그는 『서로 양보운전하면 교통환경이 크게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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