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현장/학부모체험기]싱가포르 거주 김성숙

  • 입력 1997년 9월 8일 07시 46분


싱가포르의 영국계 고교 2년생인 원석이가 하루는 「엄청난」 숙제를 받아 왔다. 「싱가포르의 자동차산업 현황」에 대한 보고서를 한달 안에 작성해 오라는 것이었다. 원석이는 친구들과 함께 자동차 대리점과 본사 등을 찾아다니며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관계자들과 만날 약속이 잘 안돼 여러 차례 고민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달이 지나자 원석이는 『이번 기회에 자동차뿐 아니라 직업인들의 생활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기회를 가졌다』며 자랑스럽게 보고서를 보여주었다. 원석이가 다니는 영국계 학교는 이처럼 교과서를 통한 학습보다는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현장학습을 통해 학생들이 일찍부터 직업세계를 다양하게 체험하도록 한다. 원석이의 세 누이는 모두 싱가포르계 중고교를 나왔다. 맏이인 보영이(23)는 현재 이화여대에서 중국어를 전공하고 있고 은정이(21)는 이곳 국립대의 심리학과 3학년에 재학중이다. 셋째인 현정이(19)는 곧 미국 보스턴대 의대로 유학을 간다. 이곳 학부모와 학생들도 진학열이 매우 높은 편이다. 학생들 대부분이 대학진학을 원하기 때문에 중국어나 영어 등 진학에 중요한 과목은 과외도 성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 학교는 학생들의 미래세계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주고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평가를 통해 직업선택과 대학진학 등 진로를 미리미리 결정하도록 하는 점이 한국과 다르다. 초등학교 때부터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은 일찍이 실업학교로 눈을 돌리도록 한다. 중학생의 절반 정도는 우리나라의 전문대격인 「폴리텍」에 진학, 실무 직업교육을 받는다. 중요한 시험은 두세 번의 기회를 주기 때문에 부모들은 자녀들이 우리로 치면 인문계 중고교에 진학하지 못하더라도 그다지 억울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김성숙<싱가포르 18년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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