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극심]실직자들 『눈물젖은 실업급여 30만원』

  • 입력 1997년 9월 7일 20시 18분


「8월20일 강남 S빌딩 관리과장과 면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거절당함. 8월30일 S개발산업에 이력서 제출, 9월3일까지 연락해 준다고 했으나 연락안옴…」. 지난 6일 오전 노동부 산하 서울서부지방 노동사무소. 실업보험(구직급여)을 타기 위해 실직자들이 제출한 「구직활동 일지」에는 재취업을 위해 지난 2주간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 다닌 기록이 깨알같은 글씨로 쓰여 있다. 구직급여는 실업 후 최장 3개월동안 전 직장에서 받던 월급의 50%를 지급받는 것. 2주일마다 구직활동을 어떻게 했다는 보고서를 제출, 심사를 받기 때문에 계속 급여를 받으려면 구직자들은 14일간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닙니다. 보름에 30만원이라도 받으려면 어떤 수모를 겪더라도 구직을 하러 다녀야죠』 진로에서 10년간 사무직으로 근무하다 회사의 부도위기로 지난달 「권고사직」 당한 C씨(34·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집에만 있을 수 없어 구직급여 신청 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지만 임금이 높은 경력사원을 뽑는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신문광고를 보고 찾아간 영업직은 「먼저 돈을 맡겨 놓으라」는 피라미드회사가 대부분이라 포기했다. 아는 사람을 통해 오퍼상 몇군데에 찾아가 보았지만 『나중에 연락주겠다』고 말 할 뿐 실제로 연락이 오는 곳은 한군데도 없다. 「추석도 다가 오고 집사람이 다음달에 둘째 아이를 낳는데…」. 이날 노동사무소 창구에는 모은행 지점의 차장으로 일하다 명예퇴직당한 40대, 유명 시계회사 대표이사로 근무하던 60대, 섬유회사 생산관리직을 하다 인원감축으로 권고사직당한 30대 등 다양한 사람들로 북적댔다. 이들은 한결같이 『이력서는 내보지만…』이라며 재취업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모두 회의적이었다. 대신 택시운전이나 소규모 사업을 하기 위해 1종면허를 준비중인 사람들도 많았다. 〈전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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