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축구 보조경기장으로 사용키로 한 뚝섬돔구장 건설계획이 무산 위기에 몰렸다. 서울시는 월드컵조직위원회가 뚝섬돔구장을 축구전용구장이 아니라는 이유로 경기개최를 거부할 경우 건설계획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이같은 강경대응은 서울시의회에서 제기하고 있는 LG그룹에 대한 돔구장부지 매각특혜의혹 등을 원천적으로 불식시키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그러나 뚝섬돔구장 건설 전면 백지화란 간단한 일도 아닐 뿐더러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처사다. 또한 건설계획 백지화로 부지 3만3천평을 주변 땅값의 3분의 1수준에 매각한 특혜의혹이 말끔히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서울시의회가 행정사무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의했으나 그 이전에 서울시의 명확한 석명(釋明)이 있어야 한다.
서울시의 잘못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당초 월드컵유치위원회가 요구한 것은 6만5천석 이상의 축구전용구장이었다. 그러나 현재 추진중인 돔구장은 다목적에다 관중석도 5만석으로 축소됐고 밀폐식이며 인조잔디를 까는 것으로 설계되었다. 월드컵조직위가 부적격 판정을 내린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당초 예선 2경기를 뚝섬돔구장에서 치르겠다고 약속한 월드컵조직위의 위약을 들먹이고 있다. 더욱 한심한 것은 건설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LG그룹에 대해서는 위약금과 손해배상을 물어주는 대신 조직위에 구상권을 행사하겠다는 발상이다.
그러잖아도 월드컵 준비상황이 지지부진해 성공적인 개최가 우려되는 마당이다. 서울시가 동대문구장의 개축도 안된다, 뚝섬도 백지화하겠다고 우긴다면 월드컵 서울개최는 무산될 수밖에 없다. 우선 사태가 이같이 된 경위와 책임소재부터 밝힌 뒤 대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