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국 안개 걷어내야

  • 입력 1997년 9월 1일 20시 50분


대선정국이 매우 혼미하다. 대란설(大亂說)속에 맞은 9월 정치권이 어떤 지각변동을 일으킬지 국민은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지금은 증시가 추락하는 등 경제가 흔들리고 사회의 이완현상도 심각하다. 이런때 정치마저 확실히 정해진 방향없이 짙은 안개 속을 헤매는 모습만 보인다. 우울하고 답답할 뿐이다. 지금 정치권의 혼미는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과 명분을 외면하는 정치인들 때문에 비롯됐다. 신한국당은 이회창(李會昌)대표가 떨어지는 지지율 만회를 위해선지 느닷없이 여야를 넘나드는 대통합론을 내놓아 정치권을 혼란에 빠뜨렸다. 이인제(李仁濟)경기도지사 등 반(反)이대표 진영의 독자출마 움직임과 맞물려 터져나온 이런 주장은 가뜩이나 수상하던 정계개편론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대선을 눈앞에 둔 시기에 야당을 자극하는 정계개편설을 흘린 여당후보나 경선에서 지고도 출마 채비를 하는 측이나 정치를 어지럽게 만들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야권 또한 안개정국의 책임에서 비켜설 수는 없다.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의 후보단일화 움직임도 국민 마음에 와닿는 명분을 주지 못한다. 여권 일부는 물론 자민련과 민주당 조순(趙淳)총재측에서 흘러나오는 보수대연합설도 정치의 흐름을 읽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국민이 앞을 내다보지 못하게 하는 정치는 절대로 좋은 정치가 아니다. 스스로의 정체성(正體性)이나 주의주장까지 벗어던진 채 오로지 표얻기에만 급급하는 정치로는 국민을 편하게 해주지 못한다. 정정당당히 승부하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기로 한 게임의 규칙을 깨는 정치인들 역시 언제 어떤 방법으로 국민과의 약속을 뒤집을지 모른다. 정국의 안개는 시급히 걷어내야 옳다. 일부 물밑에서 논의되는 정계개편이 새로운 지역분할 구도로 드러날 것이란 분석도 경계해야 마땅하다. 대선에 나서려는 사람들의 분명한 입장표명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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