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중 영어는 언제나 골칫덩이다. 안할 수도 없고 하자니 자신이 없고…. 그래서 가슴아픈 실수, 잊지 못할 해프닝이 수도 없이 벌어진다. 그러나 자신감을 갖자. 어차피 우리말이 아닌 외국어 아닌가. 서툰 것은 절대 부끄러움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자. 그러나 한가지, 이것만은 알아두자. 서툰 영어 때문에 가끔은 상식없는 사람으로 내몰리거나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기내에서 수시로 벌어지는 일중 하나다. 스튜어디스를 부르고 싶은데 외국인이어서 쉽게 말이 떨어지지 않는다. 답답증을 참지 못해 결국은 지나가는 스튜어디스를 붙잡거나 손가락으로 찌른다. 그럴 경우 대개는 엉덩이나 맨살이 드러난 팔뚝이다. 옷깃만 스쳐도 「익스큐스 미」로 사과하는 외국인들. 그런 사람들에게 이런 신체접촉은 거의 폭행 수준에 다름아니다. 결국 화가 난 스튜어디스는 투어컨덕터(TC)에게 항의하고 우리 그룹은 꼼짝없이 무례한 여행자로 전락하고 만다.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다빈치공항에서 있었던 일이다. 두사람이 도착한 시간은 밤11시가 넘은 늦은 밤. 이미 셔틀버스와 택시도 가버려 어쩔 수 없이 불법영업 자가용운전사와 흥정을 벌였다. 분명히 1만5천리라(8천원가량)였다. 그래서 뒤트렁크에 짐을 싣고 차에 올랐다. 그런데 운전사는 가던 도중 한적한 길가에 차를 세우더니 돈을 요구했다.
흥정한 액수만큼 주었더니 고개를 흔들면서 13만5천리라(7만원가량)를 더 내라는 것이었다. 따졌더니 1만5천리라가 아니라 15만리라라고 우기는 것이었다. 영어에 익숙지 않은 한국인 관광객을 등치는 사기수법도 이 수준에 이르렀으니 매사에 주의할 일이다.
송진선(투어컨덕터·NTA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