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張대사 망명과 韓美공조

  • 입력 1997년 8월 27일 20시 40분


장승길 이집트주재 북한대사 부부와 파리에 있던 그의 형 가족들이 무사히 미국에 도착해 망명의 뜻을 이룬 것은 크게 다행스런 일이다. 이제는 韓美(한미) 두 나라가 장씨일행에 대한 조사를 빨리 끝내고 그들이 원하는 곳에서 안전하게 정착토록 하는 일만 남았다. 가급적 조용한 일처리로 현재의 대북(對北)관계를 해치지 않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다. 제임스 루빈 미국 국무부대변인은 장씨 일행이 미국에 망명을 요청했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한국측이 면담을 요청한데 대해서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측이 빨리 그들의 자유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는 필요하다. 그들은 사경을 넘어 자유세계에 온 우리 동포다. 만난다는 것 자체도 의미가 클 뿐만 아니라 혹시나 서울에 오기를 원한다면 당장 최선을 다해 도와야 할 입장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수출 등 장씨가 갖고 있는 정보는 당연히 한국측과 공유해야 한다. 지난 2월 북경주재 한국대사관에 망명한 黃長燁(황장엽) 전북한노동당비서의 경우 한국측은 수집한 정보를 미국측에 제공하면서 미 정보요원들까지 황씨를 면담토록 배려했다. 더구나 한국이 지금 장씨에 대해 갖고 있는 관심은 당시 미국이 황씨에 대해 갖고 있던 관심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장씨조사에 한국측도 최대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우방인 미국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북한측에서는 장씨 형제가 공금횡령 등 범죄를 저질렀다며 평양에서 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미 양국이 장씨망명 처리과정에서 구태여 북한을 자극할 필요는 없지만 북한 역시 이번 망명을 현실로 인정하고 기존의 대외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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