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78)

  • 입력 1997년 8월 25일 08시 04분


제9화 악처에게 쫓기는 남편 〈4〉 남편의 수염을 꺼들어 잡은 마누라를 뜯어낸 뒤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나무라기도 하고 꾸짖기도 하면서 말했다. 『이건 좀 너무 하지 않소? 튀김국수에 꿀을 바르지 않았다고 남편을 이렇게 못살게 군다는 게 말이나 되오? 우리는 모두 조청 바른 튀김국수에 만족하고 먹는다오』 사람들이 이렇게 나무라고 있었지만 수치심을 잊어버린 지 오랜 마누라는 『날 죽여라! 날 죽여라!』하고 소리치며 남편에게 달려들었다. 사람들은 그러한 마누라를 연방 달래면서 두 사람 사이를 무마시키려고 애썼다. 이윽고 마을 사람들은 돌아갔다. 사람들이 돌아간 뒤에도 여자는 죽어도 조청 바른 튀김국수는 먹지 않겠다고 포탈을 부렸다. 그러자 시장기를 참다 못한 마루프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오냐, 마누라쟁이가 죽어도 안먹겠다면 내가 먹어주지』 그리고는 튀김국수를 먹기 시작했다. 몹시 배가 고팠는데다가 한 바탕 시달림을 받은 뒤라 달콤한 조청을 바른 튀김국수는 마루프의 목구멍을 기분 좋게 쓰다듬어주는 듯이 맛이 있었다. 남편이 튀김국수를 먹고 있는 모양을 보고 마누라는 말했다. 『그걸 처먹고 제발 그 어떤 놈의 몸뚱어리가 썩어문드러져 버려라』 『당신 뜻대로 되지는 않을 걸』 마루프는 이렇게 말하고 꾸역꾸역 튀김국수를 먹었다. 다 먹고 난 그는 말했다. 『어쨌거나 꿀 바른 튀김국수를 사오지 못한 건 내 잘못이오. 그렇지만 알라의 뜻이라면, 내일 저녁에는 꿀 바른 걸 사올 수 있을지도 모르오. 그렇게 되면 혼자 그걸 먹도록 하시오』 이렇게 말하며 마루프는 아내를 달래려고 애썼다. 그러나 여자는 그러한 남편에게 입심 사납게 욕설을 퍼부어댔다. 이렇게 시작된 여자의 욕설과 악담은 아침이 될 때까지 쉴새 없이 이어졌다. 그것으로도 분이 풀리지 않았던지 끝내는 팔을 걷어붙이고 남편을 치려고까지 하였다. 『제발 좀 참아. 오늘은 어떻게 해서든 다른 튀김국수를 사다줄게』 이렇게 말한 마루프는 집을 나와 사원으로 갔다. 사원에서 그는 행복을 잃어버린 자신의 신세는 둘째 치고, 불쌍한 아내를 온전한 사람으로 만들어달라고 알라께 기도했다. 기도를 마친 뒤에는 가게로 가 문을 열었다. 그런데 그때 재판소의 관리 두 사람이 찾아와 말했다. 『당신이 마루프라는 사람인가? 당신은 고소를 당했으니 우리와 함께 재판소로 가자』 이 말을 들은 마루프는 덜컥 겁이 났다. 『예? 고소를 당했다고요? 나는 남의 헌 신발이나 고쳐주고 사는 사람인데 대체 누가 무슨 일로 날 고소했단 말이오?』 『당신을 고소한 건 파티마라고 하는 여잔데 당신 마누라라고 하더군』 마루프는 놀란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다. 『제 아내가요? 제가 아내에게 뭘 어쨌다는 겁니까?』 그러자 두 사람의 관리는 짜증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할 말이 있으면 법관 앞에 가서 하도록 하고 우선 일어나기나 해』 이렇게 말한 관리들은 마루프를 결박한 다음 재판소로 끌고 갔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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