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를 침략한 唐太宗(당태종)이 안시성(安市城)싸움 때 화살을 맞고나서 시름시름 앓다 죽었다는 전설이 있다. 고구려 시조 朱蒙(주몽)은 7세때부터 스스로 활을 만들어 쏜 백발백중의 신궁이었다. 고려 毅宗(의종)은 과녁 위에 촛불을 켜놓고 활을 쏘아 맞혔다. 조선 태조 李成桂(이성계)와 TV드라마 「용의 눈물」의 주인공 이방원, 여진인(女眞人)인 이지란도 활의 명수였다
▼우리 민족의 원류인 동이족(東夷族)은 큰 활을 잘 써서 대(大) 궁(弓) 두 글자를 합쳐 이(夷)라고 했다는 전설도 있다. 중국의 옛 기록에는 우리 고대인들이 단궁(檀弓)이라는 고유의 활을 만들어 썼다고 전하고 있다. 광대싸리나무로 화살을 만들고 장백산맥에서 나는 흑요석으로 화살촉을 만들었다. 화살촉에는 식물에서 딴 독을 발랐다. 활이니 화살이니 하는 말이 우리 고유어임은 말할 것도 없다
▼피는 못 속이는 것일까. 우리나라 양궁이 다시 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해 「양궁 한국」의 이름을 휘날렸다. 그것도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을 모조리 석권한 세계 양궁 역사상 초유의 쾌거라는 소식이다. 남녀 단체전과 여자 개인전 1,2,3위를 휩쓴 88서울올림픽에서도 남자 개인전은 우승을 놓쳤었다. 60년대초 양궁이 도입된 지 채 20년도 안됐을 때부터 시작한 우리 선수들의 세계제패 행진이 절정에 이른 것이다
▼한국 양궁의 세계제패 비결은 소수정예의 과학적 훈련이라는 평가다. 이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저변확대와 기술개발이 뒤따라야 한다. 앞으로는 유럽에서 많은 레저인구를 확보하고 있는 콤파운드방식이라는 새로운 경기방식이 올림픽종목으로 채택될 것이라는 소식도 있다. 이에 대한 대비도 급하다. 정상에 오르는 것도 어렵지만 정상을 지키기는 더 힘들다는 것이 양궁의 경우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