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안성포도밭]「거봉」제철…포도밭 나들이 제격

  • 입력 1997년 8월 21일 07시 38분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주절이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저항시인 이육사의 시 「청포도」의 한 대목이다. 가을이 여문다. 여름의 막바지 햇살을 딛고 가을 문턱으로 들어서고 있는 요즘. 탐스럽게 익어가는 포도 생각만으로도 입안에 군침이 돈다. 싱그러운 포도맛이 막바지 무더위를 시원하게 떨쳐내기 때문이다. 경기도 안성. 국내 최대의 「포도타운」이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밀리지 않으면 1시간 남짓. 포도밭 나들이에 나서는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안성IC에서 안성읍까지는 약 8㎞. 거리 양편에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포도농장들은 대형 현수막을 내걸고 오가는 길손을 유혹한다. 포도맛을 즐기는 오너드라이버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서운산 일대 대단위 포도농장. 안성군내 1천여개의 포도농장중 6백여개의 크고 작은 포도밭이 이곳에 있다. 안성읍내를 벗어나 서운산으로 가는 길목의 「삼정원」포도농장(0334―72―1247). 세계 최대의 포도생산지로 유명한 프랑스의 보르도를 연상케하는 2만평 규모의 드넓은 포도밭. 주렁주렁 매달린 싱그러운 검붉은 포도송이와 그것을 따는 아낙네들의 분주한 손길, 너른 벌판에 지어 놓은 원두막 등이 늦여름의 정취를 더해준다. 삼정원측은 오는 25일 본격적인 수확에 앞서 농장내에 1백여개의 돗자리와 평상과 파라솔 등을 마련해 손님들이 현장에서 포도를 직접 따먹을 수 있게 할 계획. 이 농장 주인 송태연씨(58)는 『거봉포도는 한그루에 5관 이상 달리면 단맛과 착색이 떨어져 4관 정도만 남기고 나머지는 익기 전에 따버린다』며 『도시인들의 미각을 한층 돋워 줄 것』이라고 자랑했다. 포도는 단물이 한창 오르는 8월하순∼9월중순이 수확의 적기. 이곳에서 거래되는 포도의 종류는 거봉 등 20여종. 그중 거봉이 전체의 90%를 차지한다. 거봉 포도의 경우 1관(3.75㎏)에 1만∼1만5천원에 거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는 길〓한남대교 남단 경부고속도로 입구에서 안성IC까지는 63.6㎞. 차량이 밀리는 주말의 경우 2시간 이상 차에서 보낼 각오를 해야 한다. 안성까지 톨게이트 요금은 2천4백원(승용차 기준). 대중교통은 강남터미널에서 고속버스가 오전6시반부터, 남부터미널에서 시외버스가 오전6시20분부터 각각 20분 간격으로 떠난다. 〈안성〓신현훈기자〉 ▼ 먹거리 ▼ 안성읍내의 「안일옥」은 이 고장을 대표하는 70년 전통의 설렁탕 전문식당. 밤새 고아 사골에서 우러나온 구수한 국물맛이 일품이고 양지머리 고기도 듬뿍 넣어주어 푸짐하다. 내장곰탕과 꼬리곰탕 족탕 등도 나무랄 데 없는 맛. 설렁탕 곰탕 한그릇에 4천원, 우족탕 1만원, 수육 1만5천원. 0334―675―2486 ▼ 전통찻집 「도예랑」 ▼ 안성읍내에서 청룡사쪽으로 가다보면 허름한 축사 같은 건물이 눈에 띈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면 전혀 딴판이다. 물레와 작업대, 이미 완성된 도자기와 초벌구이를 기다리는 도자기들. 게다가 공방 한쪽은 전통 찻집이다. 도자기를 감상하며 전통차도 마실 수 있는 「도예랑」이다. 『전통차와 국악 도자기 그리고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곳』이라는 게 이집 주인 이춘택씨(40)의 설명. 인근에 안성천문대도 있어 견학을 마친 어린이와 학부모들이 주로 찾는 편. 도자기 일일 회원제도 실시하고 있다. 회비 4만원. 0334―72―9707 ▼ 드라이브 코스 ▼ 안성과 입장면(충남 천안시)으로 이어지는 포도원 나들이는 초가을 드라이브코스로 제격이다. 입맛을 돋우는 포도의 싱그러움을 맛보고 한적한 산사의 고즈넉한 분위기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안성IC에서 안성읍까지 약 8㎞의 길 양편에는 4백여개의 크고 작은 포도원이 즐비하다. 그 사이에 모텔 수영장 보트장 등이 들어서 있는 「대림동산」이라는 시원스런 공원이 꾸며져 있다. 소나무 숲을 걸으며 호젓하게 산책할 수 있는 곳이다.안성읍내에서 입장에 이르는 약 12㎞의 도로변에도 수확을 기다리는 대규모 포도밭이 조성돼 있다. 안성읍에서 동쪽으로 직진하면 중부고속도로 일죽IC와 장호원이, 남쪽으로 꺾으면 서운면 청룡사와 충북 진천, 충남 천안으로 이어진다.서운면에 있는 고려 사찰 청룡사도 볼거리. 실개울이 흐르는 서운산(해발 547m) 남쪽 기슭에 있는 청룡사는 청룡리 마을에서 약 2백m거리. 암자 입구 청룡저수지 주변은 호수를 휘감아 도는 산책로와 낚시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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