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은행대출 「꺾기」 없어져야

  • 입력 1997년 8월 13일 20시 03분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하면서 일정한 금액을 강제로 예금하도록 하는 이른바 「꺾기」예금은 오랫동안 중소기업의 목을 죄어온 불공정 금융관행이었다. 규제금리제도하에서는 금융기관의 수지보전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았지만 이제 금리자유화가 이루어진 마당에 꺾기는 전면금지되어 마땅하다. 문제는 해묵은 관행이 은행감독원의 지시 한마디로 하루아침에 고쳐지겠느냐하는 것이다. 꺾기예금 근절은 중소기업 지원대책이 나올 때마다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그런데도 꺾기가 사라졌다는 얘기는 들려오지 않고 있다. 중소기협중앙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77.8%가 거래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릴 때 강제로 예적금(預積金)을 들거나 양도성예금증서를 사지 않으면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현재 대출금의 10%로 되어 있는 구속성 예금(꺾기)의 지도기준마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의 가장 큰 어려움이 자금난임을 감안하면 이번에야말로 꺾기관행을 뿌리뽑아야 한다. 앞으로 꺾기예금이 사라지고 1조9천억원에 이르는 기존예금의 예대상계(預貸相計)가 이루어지면 6천억원 가량의 대출여력이 새로 생겨나며 중소기업에 대한 실효대출 금리도 1%포인트 이상 떨어져 2백억원 상당의 금리부담을 덜어주게 된다. 그러나 예상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담보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은행돈 빌리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꺾기가 음성화돼 더욱 기승을 부릴 우려 또한 없지 않다. 특히 서민가계대출 등 개인대출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서민들은 꺾기를 통해 계속 높은 실질금리 부담을 떠안게 되었다. 차제에 개인대출의 꺾기도 아예 금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