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암은 여전히 난공불락이다.
세계 최고의 의술을 자랑하는 미국에서도 암은 사망률 1위를 차지한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도 현재로선 확실한 치료법이 없다.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잘 다스려나가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이런 의학의 한계 앞에서 미래의 치료법으로 기대를 모으는 것이 유전자요법. 유전자요법이란 환자에게 결핍된 유전자(DNA)나 새로운 기능을 가진 유전자를 집어 넣어 난치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말한다.
특히 암과 만성질환 등 대부분의 질병의 주요 원인이 세포의 유전자 결함에서 비롯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요법은 「21세기 의학기술의 꽃」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전자요법은 화학약품과 달리 특정부위에만 작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고 자주 투약할 필요가 없으며 인체 장기에 따라 유전자 발현을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유전자요법은 지난 90년 미국에서 선천성면역결핍증(ADA) 환자를 대상으로 첫 임상시험이 이루어졌다. 이후 임상연구 사례가 활발해져 미국과 유럽에서만 지난해 7월 현재 2백16건에 1천6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실시되고 있다. 기존 의학으로는 치료가 어려운 암(미국통계 56.3%)이나 유전병(15%) 에이즈(10.2%)가 주요 대상.
유전자요법의 이론은 간단하고 매력적이다. 한 예로 인슐린 분비가 부족해 생기는 당뇨병은 분자생물학적으로 볼 때 인슐린 분비를 담당하는 유전자가 손상돼 발생한다. 따라서 당뇨병환자에게 정상적인 유전자를 넣어주면 병이 간단히 완치될 수 있다. 물론이 방법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지만 이론적으론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유전자요법은 일반적인 약의 개념을 바꿔놓았다. 유전자요법 관련 기술이 개발되면서 몸에 주입하는 유전자 자체가 화학약품처럼 새로운 약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렇게 되자 생명공학 전문가들이 다투어 벤처기업을 설립, 미래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찾아나서고 있다.
이 치료법은 환자를 치료할 단계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서구의 관련 업계에서는 2003년쯤이면 일부 특정 질병에 대한 치료법으로 대중화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병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