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어느 순간 폭발할지 모르는 화약고 위에 세워진 도시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서울시내 일부 도시가스관이 매설기준 심도를 지키지 않고 터무니없이 얕게 묻혀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그것도 서울시가 자체 조사해 시의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밝혀진 것이고 보면 서울이 얼마나 위험한 도시인지 상상만 해도 불안해진다.
대도시 가스폭발사고의 참상은 서울 아현동과 대구 지하철공사장 폭발사고에서 충분히 입증됐다. 그런데도 지난 3월부터 서울시가 지하배관 정보망 구축을 위해 조사한 서울시내 지하 도시가스관 5천8백58㎞중 67㎞가 매설기준에 미달하고 그중 7.2㎞만이 재시공을 벌이고 있다는 보고다. 조사한 전체 가스관의 1%가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면 양호한 상태가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고는 항상 그러한 안이한 틈새를 파고드는 법이다.
땅밑에 얕게 묻힌 가스관은 도로진동이나 지상온도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 파열할 수 있다. 건설공사나 도로굴착공사 등으로 인한 파손 위험성도 크다. 매설 깊이를 지하 1m 이상으로 규정한 것은 그러한 위험에 대비한 것이다. 그런데도 서울시내 일부 가스관은 겨우 지하 50㎝에 묻힌 곳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상하수도관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또는 공사기간을 줄이거나 공사비를 덜기 위해 규정을 어기고 대충 파묻은 것이다.
그동안 대도시 가스관안전에 대해서는 허술한 배관보호, 용접 불량, 설계도면을 무시한 매설 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런데도 개선은 소걸음이다. 우선 확인된 규정미달 매설관부터 빨리 전면 재시공하고 매설물의 꾸준한 점검에 한치의 허점도 없도록 해야 한다. 사고에는 예고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