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속셈 드러난 뉴욕4자예비회담

  • 입력 1997년 8월 8일 19시 46분


남북한과 미국 중국의 뉴욕 4자예비회담은 예상했던 대로 본회담의 의제문제에 걸려 다음달 중순 2차회담을 갖기로 하고 끝났다. 지금으로서는 북한이 北―美(북―미)평화협정체결과 주한미군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계속 고집하고 있는 한 의제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본회담의 시기 장소 대표단구성 운영방식 등 절차문제에 의견일치를 본 것은 주목할 만하다. 북한의 일괄타결 주장으로 비록 실질적인 합의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잠정합의」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4자회담을 어떻게 이용하려 하는지는 이번에 더욱 분명히 드러났다. 북한은 회담 자체를 일방적으로 거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본회담의 절차문제나 2차 예비회담에 동의한 것도 당면한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본회담의 의제로 우리나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북―미평화협정체결이나 주한미군문제를 내놓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이같은 의제 제기로 4자회담의 진전을 지연시키고 가능하면 회담자체도 북―미구도로 끌고가겠다는 속셈이다. 그러나 이미 韓美(한미) 양국이 확실히 밝혔듯이 4자회담의 실질 당사자는 결국 남북한이 될 수밖에 없다. 남한을 배제하고 미국과 새로운 관계를 설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착각이다. 또 겉으로는 회담에 호응하는 척하면서 내부적으로 지연전술을 쓸 경우 국제사회가 모를 리 없다. 국제사회의 시선이 결코 곱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제 1차 예비회담까지 열린 이상 한반도문제는 어떻든 국제협상의 테이블 위에 올랐다. 북한에도 과거와는 다른 행동의 한계가 있을 것이다. 우리로서는 회담이 장기화한다고 해서 초조할 것도, 서두를 것도 없다.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장치 마련과 긴장완화 및 신뢰구축이라는 본래의 원칙을 견지하며 인내심을 갖고 대응해 나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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