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숙한 척 남자 부려먹기」/빌라 지음/황금가지 펴냄
남자들만 모르고 있는 여자들의 암호 몇가지.
「나를 지켜줄 수 있는 남자가 좋아」(귀찮은 일을 떠맡아 줄 방패막이가 필요해)
「난 이런 일에 아주 서툴러」(힘든 일은 남자가 대신 해줘야 돼)
「함께 있으면 편안한 느낌을 줘」(절대 돈 문제로 신경쓰게 하지 않는 남자야)
「여성해방은 좀 그런 것 같아」(놀면서 남자를 부려먹는 게 훨씬 좋아)
「그를 사랑해」(그는 최고의 노동기계야)
인류의 역사는 어찌보면 여성들의 남성들에 대한 착취의 역사는 아니었을까. 여성들은 이런 암호를 주고받으면서 남성들의 뼈골을 우려낸 것은 아니었을까.
독일의 사회운동가이며 의사인 에스테 빌라. 그는 놀랍게도 여성의 몸으로 여성의 남성 길들이기, 여성의 남성 부려먹기의 실체를 낱낱이 까발린다. 치밀한 관찰과 날카로운 분석이 번득이는 그의 책 「어리숙한 척, 남성 부려먹기」(황금가지)는 독일에서만 1백만부가 팔렸다.
여자들은 짐짓 스스로를 비하시키면서 남자들에게 「남자다움」을 부추긴다. 이렇게 속삭인다.
유약하게 눈물을 보이지 말 것. 아무리 힘든 고통도 참아낼 것. 화려함이나 사치는 「여자들이나 하는 것」이니까 멀리할 것. 좋든 싫든 근면하게 일할 것. 여성에게 친절할 것. 「남자답게」 가족을 부양하는 책임을 질 것.
이 얼마나 여성들에게 반갑고 고마운 것들인가. 이 모든 것을 떠맡을 의지도, 능력도 없는 여성들에게는.
어머니가 어린 아들을 칭찬하고 격려하면서 시작되는 남자 길들이기는 성장하면서 성적인 자극에 의해 내면화되고 마침내 남성의 본성으로 굳어진다.
「세뇌」는 남자가 여자에 비해 성욕이 빠르고 강하다는 치명적인 육체적 약점 때문에 가능하다.
여성적이란 말은 「약한 성욕」을 의미하며 이는 「강한 성욕」을 지배하고 복종시킬 수 있는 자연의 선물이다. 동성연애의 경우에도 성욕이 약한 측은 상대방을 「남자처럼」 부려먹는다.
그래서 성욕이 약한 여성과 성욕이 강한 남성 사이의 섹스는 여자는 섹스를, 남자는 섹스+「권력」을 지불하는 불공정 거래다. 당연히 돈많은 남자가 섹시한 남자보다 잘 팔린다.
남자의 이상형으로 통하는 「쾌활하고 활동적이며 추진력 있고 정열적인 남자」란 사실, 알고보면 중세의 건장한 노예의 덕목.
여성해방도 그 속과 겉은 이렇다.
「여성해방은 허구다. 여성해방이라는 게 뭔가. 그것은 남자라는 노예의 해방에 다름 아니다. 여성이라는 특권과 기득권의 박탈이다. 「성차별」이야말로 여성이 남자들을 부려먹을 수 있는 발판. 왜 그걸 애써 타파하려 들겠는가. 여성이 해방을 원했다면 진작 이루어졌을 것이다」.
〈이기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