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이명건/『대통령후보 뽑는 사람들 맞나』

  • 입력 1997년 7월 21일 19시 24분


『저 사람들이 정말 내일 대통령후보를 뽑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맞습니까. 마치 망년회를 하기 위해 친구들끼리 놀러온 사람 같은데요』 20일 지방에서 올라온 신한국당 대의원 9백여명이 묵었던 서울 O호텔 1층 레스토랑. 종업원들은 밤 10시반경부터 술값을 선불로 받기 시작했다. 떼를 지어 술을 마시던 대의원들이 앉았던 10여개 테이블에서 술값을 받지 못했기 때문. 6명의 신한국당 대통령 경선후보들이 운동원들과 함께 레스토랑을 돌며 인사를 할 때 함께 묻어 나갔기 때문이라는 것이 종업원들의 설명. 한 종업원은 『아직도 과거의 선거풍토에 젖어 당연히 음식값이나 술값을 후보가 지불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레스토랑측은 평소 영업시간이 밤 11시까지였으나 이날은 자정을 넘겨 연장영업을 했다. 자정 넘어 후보들이 한차례씩 다녀간 후에도 술자리는 끝날 줄을 몰랐고 호텔로비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파이팅」 「 대통령」하는 외침이 끊이질 않았다. 객실도 오전 1시가 넘어서까지 술마시고 화투를 치는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한편 공식적인 선거운동시간이 끝난 21일 0시10분경 또다른 대의원들이 묵고 있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도 소동이 벌어졌다. 한 후보가 선거운동시간이 끝났음에도 회관 현관에 대의원들을 불러 모아 악수를 하고지지연호까지외쳐댔기때문. 이날 가족과 함께 O호텔 레스토랑에 차를 마시러 왔던 김모씨(42·서울 송파구 방이동)는 『여당이 처음으로 공개적인 경선을 통해 자기 당의 대통령후보를 뽑는 것은 좋은 일이나 좀더 차분한 분위기에서 행사를 치를 수는 없느냐』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이명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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