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현장]2백년역사 전시 「호주 박물관」

  • 입력 1997년 7월 21일 07시 55분


시드니에 있는 「호주 박물관」은 연중 학생관람객들로 북적댄다. 호주의 역사가 2백여년밖에 안되기 때문에 이 박물관을 둘러본 외국인들은 대개 『시시하다』는 반응을 보이지만 호주인들이 가장 아끼는 것중 하나다. 이 박물관은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토기 그림 등을 모아놓은 전시관과 호주원주민들의 문화와 백인정착이후의 역사를 담아놓은 곳으로 나뉜다. 벌스초등학교 4학년 담임인 린채플(여)은 사회시간을 이용해 학생 30명을 데리고 박물관 견학을 나왔다가 기자와 만났다. 비디오로 호주역사를 볼 수도 있고 터치스크린으로 자신이 보고 싶은 주제를 선택할 수 있게 꾸며져 있다. 원주민인 애버리진의 전통문양과 조각 벽화 등을 둘러보던 학생들의 발길이 대형 흑백 사진앞에서 멈췄다. 학생끼리 설왕설래했다. 『아마 미국사람들이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잡아가는 것일거야』 『여기는 호주박물관이잖아』 『사람들을 저렇게 노예처럼 다루다니 너무 끔찍해』 사진은 백인들이 원주민들을 몰아내면서 이에 반항하는 원주민들을 붙잡아 목과 발목을 굴비엮듯 쇠사슬로 묶어 일렬로 세워놓은 장면을 찍은 것이다. 『지금 호주에는 백인들이 대부분이고 원주민은 소수민족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대륙에 백인들이 정착할 당시 원주민들에게 잔인하고 비인간적으로 대했다는 것을 이 사진 한장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불행한 과정을 거쳐 오늘의 호주사회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원주민들을 이해하도록 노력해보세요』 린채플교사는 『사회시간에 호주의 역사를 가르치면서 원주민에 대해서도 20시간정도 할애하고 있다』며 『여러 민족이 함께 사는 사회이기 때문에 역사를 제대로 가르쳐주려고 박물관 민속촌 등에 학생들을 자주 데리고 나간다』고 말했다. 마이클군(9)은 『길거리에서 원주민들을 볼때 솔직히 무시하기도 했는데 우리 조상들이 원주민들을 가혹하게 다룬 것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시드니〓이인철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