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HOT」,10대의 마음 10대의 소리로 전한다

  • 입력 1997년 7월 18일 08시 12분


「H.O.T」가 정상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달초 2집을 발표하자마자 정상에 오른 뒤 가속도가 더해지고 있다. 이미 80만장을 넘어섰고 1백만장 돌파 선언도 초읽기에 들어간 분위기다. 신나라레코드 등 음반매장에서는 『올해 가장 빠른 속도로 나가는 추세』라고 입을 모은다. 이는 올해 여느 댄스그룹과 뚜렷한 대조를 보이는 대목이다. 「H.O.T」가 데뷔음반에 이어 두번째 바람을 일으키는 것은 10대의 심리와 그들이 세상에 내지르고 싶은 소리, 패션까지 상품화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고유 전략은 「한손에 노래, 한손에 패션(춤)」. 팬의 폭이 영상 세대와 일치하는 만큼 노래와 패션을 배합, 「그들만의 이미지」를 투사한다. 그것도 전개 속도가 매우 빠른 만화같은 파격이다. 여기에 10대의 의식세계에 맞춘 가사, 멤버 다섯명 특유의 재기와 구김살 없는 모습이 매력으로 작용한다. 2집의 전술은 사이버 전사. 머리곡 「늑대와 양」에서 이들은 지구를 습격해온 외계인에 맞선다. 가사는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2000년 6월28일 외계인이 지구를 습격한다. 그들은 늑대이고 지구인은 양. 「H.O.T」는 『여기에서 습격이란 외계인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종류의 폭력』이라며 『노래의 참뜻은 폭력에 대한 경고』라고 의미를 확대시킨다. 지난해 데뷔곡 「전사의 후예」에서부터 이미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경고했다고 강조하며. 이에 맞춰 패션도 지구의 운명을 짊어진 SF 전사차림이다. 사이버의 변화무쌍한 세계는 10대에게 이미 보통명사. 「사이버 세대」의 성향까지 아우르고 이를 기획상품으로 내민 것이다. 흥미로운 것 또 한가지. 하나의 문화운동으로도 자리잡은 그라피티(낙서) 아트의 개념도 도입했다. 음반재킷과 의상, 로고의 글씨체는 모두 그라피티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디자인해왔다. 가수출신으로 「H.O.T」의 매니저를 맡고 있는 이수만은 『그라피티는 힙합의 현대적 표현이고 휘갈김을 통해 폭력에 대한 저항을 표현한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H.O.T」의 인기는 힙합 등 음악, 노래 가사와 사이버 패션, 그라피티 등의 모듬효과다. 또 그 아이디어의 모음이 얼마나 큰 상품성을 지녔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해에도 이들은 패션 브랜드 팬시상품 등에서 「움직이는 황금」이었다. 그렇다면 「H.O.T」의 그늘은 무엇일까. 팬층이 어리다는 점이다. 2집 수록곡 「12번째 생일」에서 드러나듯 10대 초반이 대부분이다. 가요계에서 이 연령층은 유행따라 움직이는 「철새」로 불린다. 그 철새 속성은 「H.O.T」를 단숨에 정상으로 밀어 올리는 불도저같은 열기를 보여주지만 하루 아침에 꺼지는 포말일 수도 있다. 〈허 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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