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41)

  • 입력 1997년 7월 16일 08시 07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94〉 『대체 무슨 일입니까?』 우리는 선장에게 물었습니다. 선장은 예의 그 절망에 찬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여러분, 사실을 말씀드리자면 이 배는 벌써 사흘 전부터 항로를 벗어나 도무지 알 수 없는 길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항로를 되찾으려고 해도 허사였습니다. 어떤 거대한 힘에 이끌리기라도 하듯 배는 자꾸만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기만 했답니다. 배가 뜻대로 움직여주지를 않고 제 스스로 제 갈 길을 가고 있다는 말입니다. 사흘이 지난 지금에서야 나는 비로소 그 까닭을 알게 되었답니다』 『배가 제멋대로 가고 있다고요. 그 까닭이 뭐죠? 그리고 배가 가고 있는 데가 대체 어디죠?』 우리가 이렇게 다그쳐 묻자 선장은 말했습니다. 『배는 지금 어느 거대한 바위산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답니다. 그 산은 강력한 자력을 띠고 있어서 멀리 있는 배까지 끌어당길 수가 있답니다. 따라서 그 산의 자력이 미치는 해역 안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알라의 구원이라도 없는 한 어떤 배도 헤어날 수가 없답니다』 그때 누군가가 물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탄 이 범선에 자력에 끌려갈 만한 쇠붙이가 어디 있단 말입니까?』 『그건 모르시고 하는 말씀입니다. 이 배의 널빤지들만해도 그렇습니다. 이것들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모두 굵은 쇠못들입니다. 그것들을 모두 뽑아 모은다면 몇 가마니가 될지 모릅니다. 그리고 닻을 비롯한 갖가지 부속품들도 모두 쇠로 만들어져 있답니다』 선장이 이렇게 말하자 다른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닻을 내리고 있으면 되지 않을까요? 닻을 내리고 있으면 배가 끌려가는 것만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하고나서 지나가던 배가 우리를 구해줄 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면 되지 않을까요?』 『지나가던 배가 우리를 구해준다고요? 그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이 해역을 지나는 배는 우리와 똑같은 꼴을 당하고 말테니까요. 그리고 닻을 내려도 아무 소용없는 것이, 바위산의 자력을 견디지 못해 닻줄은 금방 끊어지고 말테니까요』 『그럼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죠?』 『글쎄요. 그건 알라의 뜻에 달렸겠지요.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제 머지않아 배는 급격히 속도가 빨라지면서 그 바위산을 향하여 질주하게 될 것이고 급기야는 그 바위산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나고 말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여러분들 중에 혹시 자석에 달라붙는 쇠붙이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당장 버리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배가 바위산에 달라붙을 때 충격을 덜 받도록 무엇이든 푹신한 물건을 붙잡고 계십시오.그밖에 우리가해야 할 일이라고는 최고 지상하신 신께 이 궁지에서 우리를 구원해주십사고 기도드리는 것뿐이랍니다』 선장의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과연 배는 갑자기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자력의 바위산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였습니다. 사람들은 쇠로 되어 있는 물건이면 무엇이든 배 밖으로 내던졌습니다. 그리고 저마다 이불로 몸을 감은 채 이제 우리에게 닥칠 운명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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