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철학이 알고 싶어요」

  • 입력 1997년 7월 15일 08시 14분


「2천5백년 서양 철학사에 드물게 나오는 천재」 회슬레와 13세 소녀 노라가 주고받은 철학적 편지.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철학의 자극은 어린이들의 맑은 눈에 보이는 것과 같은 근원적인 의문과의 만남에서 비롯되는 것 아닌가. 어른은 삶의 강을 타고 흐르며 코앞의 물살에 아등바등하지만 어린이들은 아직 샘물 곁에 있어서 훌쩍, 강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것 아닌가. 물질세계라는 것은 하나의 꿈인가요? 시간도 일종의 환상인가요? 신은 존재합니까? 만약 그렇다면 왜 악이란 게 있지요? 마지막 질문에 대한 회슬레의 답장은 「죽은, 그러나 영원히 젊은 철학자」 데카르트와 니체의 말을 빌린다. 데카르트. 『신도 때때로 우리를 속일 수 있지요. 인간은 나약한 존재이므로 더 깊은 깨달음에 도달하기 위해 속을 수밖에 없어요』 니체. 『이제야 나는 그 늙은이(神)의 계략을 알아 차렸어요. 나는 「신은 죽었다」고 말했고 그에게 사망증명서를 떼주는 것을 소명으로 알았지요. 그러나 끔찍한 20세기를 겪으면서 깨달았어요. 그 늙은이는 이 세계를 가지고 절대적인 실험을 하기 위해 죽은 척 했을 뿐이라는걸. 이제 우리는 그를 더 깊이 느끼고 인식할 수 있어요』 노라의 답장. 『우리가 신을 믿을 때만 신은 우리 내부에 살아 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그를 믿고 의지하지만 그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찾길 원합니다. 그것이 니체가 말하는 신의 실험이 아닐까요…』 회슬레·노라 공저(문학사상사·6,500원) 〈이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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