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예술이론의 역사」

  • 입력 1997년 7월 15일 08시 14분


이문열의 중편 「금시조」는 도(道)를 중시하는 스승에 맞서 기(技)의 예술에 일생을 건 서화가 고죽의 삶을 담고 있다. 그는 죽음 직전 자신의 모든 서화를 불태우며 그 부정(否定)의 불길 속에 금시조(鳥)의 날아오름을 본다. 진정한 예술가는 자기 창작관과 생사를 함께 하며 예술이론가들의 미학은 그같은 예술가가 살았던 시대상을 담는다. 60년대부터 세계적 명망을 얻은 독일 미학이론가 우도 쿨터만의 이 노작은 플라톤부터 푸코에 이르는 구미 예술이론을 통시적(通時的)으로 다룬 책이다. 시대별로 틀을 잡고 예술가 이론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같은 시대를 살면서도 예술관은 각기 다르다. 「성당은 육체와 흡사한 모습으로 세워진다. 그 비례와 균형은 자연의 질서와 상응한다. 건축의 대가들은 모든 학문을 굽어본다. 학문의 원천은 자연이며 그 안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로댕). 「지나치게 자연을 베끼지 말라. 예술은 추상, 자연에서 추상을 창조하는 것이다. 그것이 신(神)에 필적하는, 창조의 유일한 길이다」(고갱). 부흥기 미국사회를 반영하는 에머슨의 미학관은 이렇다. 「미(美)는 경제성이다. 새의 깃털은 가장 가벼운 무게로 가장 커다란 힘을 보여준다. 벌집도 마찬가지다」. 1천여권의 참고문헌과 6백60여개의 각주는 「이것이 정통 미학서」임을 웅변하고 있다. 박이정(博而精), 넓게 포괄하면서도 하나하나 꿰뚫는 미덕을 갖추고 있다. 문화정책개발원장을 맡고 있는 서울대 미학과 김문환교수가 옮겼다. 우도 쿨터만 지음(문예출판사·12,000원) 〈권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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