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은 매우 조용하던 단독주택지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근린생활시설 및 다가구주택이 무분별하게 들어서면서 상당히 어수선한 환경이 됐다.
이 곳에 있던 20년 가까이 된 주택을 철거하고 건축주 부부와 아들 딸 등을 위한 공간을 설계하도록 의뢰받았다. 건축주는 저층부를 거실 사랑방 등과 같이 개방적이고 밝게 해줄 것을 요구했고 이를 설계의 기본개념으로 설정했다.
대지의 조건과 건축주의 요구를 토대로 설계방향이 될 두 개의 큰 원칙을 세우고 설계에 들어갔다.
첫째, 어수선한 주변으로부터 집에 도착했을 때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을 수 있도록 한다.
둘째, 복잡한 진입과 공간 구성보다는 진입시 마당이 바로 나오고 거기서 주변이 개방적으로 들어오는 한편 모든 방들이 마당을 중심으로 단아하게 앉아 있도록 한다.
이렇게 단순하지만 차분하게 명상할 수 있는 집을 만든다는 원칙에 따라 나온 공간이 ㄱ자 형이었다. ㄱ자의 양끝에 주요 공간들이 들어가고 그 ㄱ자의 꺾이는 부분에는 계단 부엌과 같은 기능적 공간이 들어가게 했다.
또 ㄱ자의 양끝을 잇는 부분으로 복도를 따라 수평창과 천창을 도입했다. 거실 뒷부분으로 모가 난 공간은 거실에서 바로 나가 쉴 수 있는 툇마루로 해 동양화의 여백과 같은 여유있는 공간으로 의도했다.
입면 및 형태에 대한 구상은 어수선한 주변을 두툼한 콘크리트 벽체로 단정히 둘러싸 주고 내부는 목재와 같은 부드럽고 섬세한 구조로 채웠다.
남향의 사랑방 목구조와 툇마루재로 매끈하고 깨끗한 삼나무를 선택했다. 이는 세월의 흐름과 함께 비 바람 햇볕 등에 색이 바래면서 밝은 회색 톤을 띠게 되고 그렇게 툇마루도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더욱 편안한 장소로 바뀌어 갈 것을 기대했다.
또한 내부에서 볼 때 두 공간 사이 비교적 좁고 긴 복도의 수평 개구부를 통해 시각적으로 편안함을 유도한 것이 평창동 단독주택의 특징이다.
▼약력
△미국 하버드대 건축학 도시설계학 석사 △독일국립대 건축과 조교수 △미국 건축사무소 실무 △경기대건축대학원 겸임교수 02―764―8261
조병수<조병수건축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