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못말리는 여당의 경선추태

  • 입력 1997년 7월 13일 20시 09분


신한국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추태가 갈수록 태산이다. 합동연설회에서 원색 비난전이 벌어지고 지역감정을 부추기는가 하면 금품살포설도 가세해 어지럽기 짝이 없다. 온갖 구태를 다 동원하면서 스스로 표 깎는 일을 하고 있다. 금품살포설을 제기한 후보는 검찰수사를 요구했고 당지도부는 이를 해당(害黨)행위라며 경고하는 지경이니 자유 공정경선은 이미 물건너 갔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원들의 축제 형식으로 치러야 할 경선이 이처럼 아귀다툼 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한마디로 국민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후보들마다 이 지역에서 한 말 다르고 저 지역에서 한 말이 다른 건 보통이고 민주화의 역사까지 멋대로 왜곡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상대후보를 다시는 안볼 것처럼 매도하고 섬뜩한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아 여당 경선 뉴스만 나오면 TV를 꺼버리는 사람이 는다고 한다. 더욱 한심스러운 것은 돈경선 시비다. 한보사태와 金賢哲(김현철)씨 비리를 겪은 지 얼마나 됐다고 여전히 이런 추악한 작태를 보이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금품살포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지만 아니땐 굴뚝에 연기날리 만무하고 무엇보다 관광버스로 지지자들을 동원하는 구태만 보아도 경선에 엄청난 돈이 투입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다. 당내행사를 검찰수사의 도마에 올리자는 주장이 나올 정도라면 경선후유증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도 당지도부는 어떻게 손을 쓸지 몰라 엉거주춤한 자세다. 흑색선전과 지역감정 편승발언에다 대의원 매수설까지 나오는 등 과열 혼탁이 극심한데도 수사권이 없다는 말만 하며 방관자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합동연설회가 오늘부터 종반전으로 접어들지만 지금 같은 모습이 계속돼서는 안된다. 다른 건 몰라도 우선 돈경선 시비는 철저히 가려야 한다. 이번에도 원죄(原罪)를 안고 가는 후보를 뽑을 수는 없는 일이다. 여당지도부의 맹성과 대의원들의 바른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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