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36)

  • 입력 1997년 7월 11일 08시 04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89〉 그러던 어느날이었습니다. 그날도 혼자 바닷가를 거닐고 있으려니까 저만치 모래밭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나는 그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좀더 자세히 보기 위하여 그들에게로 다가갔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아이들은 뜻밖에도 은빛이 나는 아름다운 구슬들을 한 움큼씩 가지고 놀고 있었습니다. 나는 몹시 이상히 여겨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구슬을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것은 놀랍게도 세상에서도 흔치 않을 만큼 훌륭한 진주가 아니겠습니까?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것이 모두 진주라는 사실을 알고 나는 깜짝 놀라며 말했습니다. 『이런 값비싼 보석을 가지고 놀다니! 집에 갖다두지 못할까?』 내가 이렇게 말하자 아이들은 까르르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게 뭐가 값비싼 보석이에요? 이건 조개똥에 지나지 않는단 말이에요. 이런 건 우리 동네 길바닥에 지천으로 널렸단 말이에요』 나는 아이들이 나에게 거짓말을 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비록 어른들은 나를 성자로 알고 다투어 나에게 축복을 받으려 하지만 아이들은 나를 한갓 이상한 사람으로만 알고 놀려먹기가 일쑤였거든요. 그래서 나는 말했습니다. 『그럼 못써! 어른에게 거짓말을 하면』 내가 이렇게 말하자 아이들은 불만스런 표정들로 말했습니다. 『거짓말이 아니에요. 정 못 믿으시겠으면 저희들을 따라와 보세요』 이렇게 말한 아이들은 나를 데리고 마을쪽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습니다. 마을을 향해 가면서도 아이들은 연신 땅바닥에 널려 있는 진주를 주웠습니다. 그리고 마을 안에는 정말이지 발에 밟히는 것이 온통 진주였습니다. 나는 그 놀라운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고서야 아이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래, 너희들 말이 맞구나. 너희들은 거짓말쟁이가 아니었어』 이렇게 말은 했지만 그때까지도 나는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나중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이 섬 일대의 바닷속에는 온통 진주조개들로 가득한데, 그 진주조개 속에는 언제나 굵고 아름다운 진주가 들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 나라 사람들은 조개 속에 든 진주를 「조개똥」으로만 알고 아무데나 버렸던 것입니다. 그들은 그것이 값비싼 보석이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었던 거지요. 그러다보니 그들은 진주조개의 조갯살만 먹고 진주는 아무데나 버렸던 것입니다. 그날부터 나는 바닷가 바위 틈이나 마을의 길바닥에 널려 있는 진주를 주워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는 마을의 쓰레기통까지 뒤져 진주를 주워 모았습니다. 내가 진주를 주워 모으기 시작하면서부터 사람들은 나를 더욱 이상하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는 조개똥을 주워 모으느라고 하루해를 보내는 나를 그들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을 테니까요. 그리하여 나에 대한 온갖 소문이 나라 안에 전해지기도 했으니, 바닷가 동굴에 혼자 살고 있는 성자는 조개똥만 먹고 산다느니, 마침내 미쳐버려서 쓰레기통까지 뒤진다느니, 조개똥만 한움큼 주워다 주면 흔쾌히 축복을 내려준다느니 하는 따위의 소문이 그것이었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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