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遺訓통치 3년

  • 입력 1997년 7월 7일 20시 05분


오늘로 金日成(김일성)사망 3년을 맞은 북한의 실상은 한마디로 암담하다. 식량난으로 기아가 대대적으로 발생하고 굶주린 주민들이 잇따라 국경을 넘고 있다. 그런데도 북한은 아직도 김일성의 유훈(遺訓)으로 강압통치를 계속하며 김부자(金父子)우상화와 군사력 강화에 몰두,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유훈통치 3년 동안 金正日(김정일)은 자신의 권력강화에 급급해왔다. 경제는 90년 이래 7년째 마이너스 성장으로 총규모가 25%나 줄고 회복가능성이 별로 없는데도 「우리식 사회주의」를 고집하며 퇴락의 길을 걷고 있다. 정치 경제적 고난을 군대의 힘으로 떠받치고 있는 형국이어서 주변국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김일성 사망 3주년은 김정일의 국가주석 및 당총비서직 승계와 관련, 특히 관심을 끈다. 김정일이 언제쯤 명실공히 최고위직에 오를 것인가 하는 궁금증과 함께 그것을 계기로 지금까지와는 달리 제한적이나마 개방정책을 채택하지 않을까 하는 전망 때문이다. 당장은 최고인민회의 등을 개최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으나 늦어도 연말까지는 공식 권력승계를 마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빨리 고립과 폐쇄에서 벗어나야 한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데 주력하고 중국 일본 러시아와도 관계강화나 회복을 위해 노력하면서도 한국과는 대화마저 단절해왔다. 쌀지원문제로 북경에서 남북협상을 벌이기도 했으나 정치적 대화는 거부하고 있다. 그러면서 판문점 시위, 정전위원회 무력화, 잠수함 침투 등 군사적 도발을 서슴지 않았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다. 이런 식으로 남북관계가 지속되는 한 한반도 평화는 요원하다. 북한은 안팎의 현실을 직시하고 과감한 개혁개방 정책으로 국제사회에 동참해야 한다. 그래야만 식량도 지원받고 경제도 소생시킬 수 있다. 4자회담에 부응해 남북이 화해와 협력의 장을 펼친다면 한반도는 분명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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