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재롱을 떨며 씩씩하게 뛰어놀아야 할 어린이들이 영양결핍과 이로 인한 질병으로 죽음앞에 무기력하게 방치돼 있는 모습을 보고 의료인으로서 그냥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북한의 어린이들을 살리기 위해 지난달 28일 4천여명의 보건의료인들이 힘을 합해 결성한 「북한어린이살리기 의약품지원본부」의 沈載植(심재식·48·한국보훈병원 산부인과과장)상임대표는 『북한어린이들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같은 민족으로서 훗날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약품 지원사업을 벌이게 된 이유는….
『국제기구들이 내놓는 북한어린이들에 대한 각종 보고서와 언론의 보도를 접하면서 북한이 겪고 있는 현 상황은 단순히 식량지원만으로 해결할 단계가 지났다고 결론을 내렸다. 영양결핍이 상당기간 지속된 상태에서는 음식을 먹는다고 해도 몸안에서 이를 흡수할 수 없고 질병에도 취약해진다. 식량과 함께 의약품을 보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북한어린이들의 상태는….
『상당수 어린이들이 극심한 영양실조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다. 평상시 같으면 별 영향을 주지못하는 일반세균이나 바이러스도 생명을 위협할 수 있을 정도다. 이번 장마기간에 장티푸스 콜레라 등 전염병이 돌기라도 하면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의약품지원본부는 어떤 의료인들로 구성됐나.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약사 등 모든 분야의 의료인들이 굶주림과 질병으로 고귀한 생명을 잃고 있는 북한어린이들을 보면서 「이대로 있을 수 없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이번 운동은 전체 의료분야가 뭉쳐 벌여나간다는 점에서 과거 일부 의료단체 차원에서 개별적으로 벌이던 운동과 차이가 있다』
―어떤 의약품을 보낼 계획인지….
『국제기구의 보고서와 아프리카에서 구호활동을 폈던 의료인들의 경험을 토대로 보면 북한은 현재 모든 보건체계가 붕괴직전에 있는 것 같다. 우선 심한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들을 구호하기 위해 수액제 비타민제 항생제를 보낼 생각이다. 그리고 각종 치료제와 의료시설들을 보내고 우리정부와 북한이 허락한다면 의료진이 직접 북한에 가서 북한어린이들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치료할 수 있는 「이동병원」도 고려하고 있다』
―우리정부와 국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영양결핍이 계속 진행되면 육체적 정신적으로 영구히 치료될 수 없는 장애를 초래한다. 의약품은 식량과 달라 군사용으로 쓸 우려는 거의 없다고 본다. 정부는 영양실조와 질병으로 죽어가는 북한어린이를 살리려는 민간단체들의 노력을 순수한 마음으로 해석했으면 한다』
〈김정수 기자〉